[분석+] 기름 먹는 차의 종말…주유소 '혁신 폭풍'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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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 "2030년 전기차·수소차 33%""전기차·수소차의 신차 판매 비중을 2030년 33%로 늘리고, 세계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
▽ EU 선진국 일제히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 주유소 생존 위한 '혁신 소용돌이' 속으로
▽ 전기·수소 충전에 도심 물류 기지 전환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경기 화성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한 발언이다. 현재 절대다수인 기름 먹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점점 사라지고, 전기나 수소 발전으로 가는 전기에너지 차량이 증가한다는 뜻이다.이미 독일과 인도는 203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할 방침이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이보다 앞선 2025년부터, 영국과 프랑스는 2040년부터 금지된다.
이는 머지 않은 미래, 내연기관 차의 종말을 뜻한다. 그렇다면 수십년째 전국 곳곳에서 성업을 이어온 주유소들은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17일 업계에 따르면 내연기관 자동차 감소에 따라 기존 주유소들도 각기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혁신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주유업계도 뼈아픈 혁신 구조조정에 대비, 미래상을 그려보고 있다. 전기차와 수소차도 이용하는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으로 변신을 꾀하는가 하면 유휴 부지를 활용해 도심 내 물류기지 역할을 수행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나섰다.
우선 GS칼텍스가 현대차와 함께 서울 강동구 유휴부지에 '토털 에너지 스테이션'을 착공했다. 기존 주유소가 휘발유와 경유 주유만 가능했다면 토털 에너지 스테이션은 휘발유, 경유 주유는 물론 액화석유가스(LPG), 수소, 전기 충전까지 수행하는 공간이다. 기존 내연기관차 외의 친환경차도 새로운 고객으로 맞이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 구축이 쉽지는 않다. 여러 연료 시설이 들어가야 하기에 기존보다 더 큰 부지가 필요하다. 수소 충전소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도 극복해야 할 문제다. 현대오일뱅크는 GS칼텍스보다 먼저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 건립 계획을 발표했지만, 부지 사용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필요한 부지를 확보하다보니 고양시에 위치한 그린벨트에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을 짓게 됐고, 고양시가 사업 부지의 그린벨트 해제 결정을 받기로 했지만 이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탓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주유소들은 기존 주유소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부수입을 올리는 사업을 더 활발히 펼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는 스타트업과 연계해 주유소 내에 물품 보관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접근성이 뛰어난 도심 내 소규모 물류기지가 되는 셈이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주유소를 거점으로 삼는 택배 서비스 '홈픽', 스마트 물품 보관함 '큐부'를 선보였다.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를 쿠팡 로켓배송의 거점으로 사용하는 물류협력 제휴를 체결했다.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 도심 내 빠른 서비스를 하려면 교외에 위치한 대규모 물류기지보다 도심 내 물류기지가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에쓰오일은 주유소 내에 무인 편의점을 열기도 했다. 출입문에 단말기가 설치돼 신용카드 등을 인증하고 출입한 뒤, 구입한 물건을 가져와 바코드를 찍으면 결제가 되는 식이다.
주유소의 변화는 기존 영업방식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차량이 줄어드는 것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자동차 판매량은 지속 감소하고 있다.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수입차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국내 판매된 승용차는 총 100만4152대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114만3240대에 비해 12.16% 가량 감소한 수치다.휘발유, 디젤 등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감소도 꾸준하다. 한국수입차협회는 올해 9월까지 판매된 수입차 16만7093대 가운데 13.3%인 2만2377대가 전기차 등의 친환경차인 것으로 집계했다. 친환경차 비중이 지난해 8.9%에서 4.4% 오른 수치다.
한국석유공사는 현재 전국 주유소 수를 1만1500여개로 집계하고 있다. 2010년 1만3237개를 기록한 뒤 줄곧 감소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판매가 줄어드는 와중에 친환경차의 부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는 더욱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며 "주유소 문을 닫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토양정화비 등을 감안하면 철거비용도 3억원에 육박할 규모이기에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에서는 주유소를 중고차 매매단지나 세차장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미국에서는 식료품 판매에서 수익을 내는 주유소가 늘고 있다. 당분간 한국에서도 주유소의 영업 형태가 지속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