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품위 있는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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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달 중국의 마지막 스마트폰 공장 문을 닫은 뒤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퇴직 사원들의 글과 사진이 잇따라 올라왔다. “회사가 퇴직금과 위로금, 사회보험료를 챙겨주면서 장기근속자에게 갤럭시S10플러스, 스마트워치 등을 선물로 줬다.” “근속연수가 짧은데도 갤럭시A80을 줘서 고마웠다.” “직장 잃은 것을 위로하며 다른 회사에 취직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들의 반응을 소개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삼성이 품위 있게 공장 문을 닫아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았다”며 “이는 삼성의 ‘소프트 파워’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퇴직 패키지’는 잠재 소비자들의 마음까지 샀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의 많은 기업이 직원을 해고할 때 퇴직금조차 주지 않는 것을 지적하며 “중국 기업이 삼성을 본받아야 한다”고 논평했다.중국 네티즌들도 “다른 나라 기업들이 떠날 때와 다르다” “‘차이나 엑소더스’ 속에서 홀로 빛난다” “일부 기업이 직원들 버리고 야반도주한 것과 대조된다” 등의 칭찬 릴레이를 펼쳤다. 지난 14일에는 리커창 중국 총리가 삼성전자의 시안 반도체 공장을 전격 방문했다. 삼성이 스마트폰 공장은 폐쇄했지만 반도체 공장에는 투자를 늘리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였다.
‘품위 있는 퇴장’은 기업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중요하다. 미국 차세대 지도자로 꼽혔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지난해 48세에 정계를 떠났다. 은퇴 이유는 “더 이상 세 아이에게 ‘주말 아빠’가 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3년 전 은퇴한 존 키 뉴질랜드 총리도 가족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영국병 치유’로 한창 인기를 누리던 세 번째 임기 말에 과감히 떠났다.
이런 모습들은 인생에서나 비즈니스에서나 아름다운 마무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이형기 시인은 시 ‘낙화’에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읊었다. 지혜로운 이는 등 떠밀려서 떠나는 게 아니라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박수 받으며 떠난다. 그래야 내일이 더 빛난다.조병화 시 ‘의자’에도 이런 이치가 함축돼 있다.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겠습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이들의 반응을 소개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삼성이 품위 있게 공장 문을 닫아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았다”며 “이는 삼성의 ‘소프트 파워’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퇴직 패키지’는 잠재 소비자들의 마음까지 샀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의 많은 기업이 직원을 해고할 때 퇴직금조차 주지 않는 것을 지적하며 “중국 기업이 삼성을 본받아야 한다”고 논평했다.중국 네티즌들도 “다른 나라 기업들이 떠날 때와 다르다” “‘차이나 엑소더스’ 속에서 홀로 빛난다” “일부 기업이 직원들 버리고 야반도주한 것과 대조된다” 등의 칭찬 릴레이를 펼쳤다. 지난 14일에는 리커창 중국 총리가 삼성전자의 시안 반도체 공장을 전격 방문했다. 삼성이 스마트폰 공장은 폐쇄했지만 반도체 공장에는 투자를 늘리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였다.
‘품위 있는 퇴장’은 기업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중요하다. 미국 차세대 지도자로 꼽혔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지난해 48세에 정계를 떠났다. 은퇴 이유는 “더 이상 세 아이에게 ‘주말 아빠’가 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3년 전 은퇴한 존 키 뉴질랜드 총리도 가족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영국병 치유’로 한창 인기를 누리던 세 번째 임기 말에 과감히 떠났다.
이런 모습들은 인생에서나 비즈니스에서나 아름다운 마무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이형기 시인은 시 ‘낙화’에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읊었다. 지혜로운 이는 등 떠밀려서 떠나는 게 아니라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박수 받으며 떠난다. 그래야 내일이 더 빛난다.조병화 시 ‘의자’에도 이런 이치가 함축돼 있다.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겠습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