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왜 '급진적 광신주의'로 빠져드는가

불안사회
증가하는 폭력과 범죄에 대한 걱정은 불어났고 세계화로 공간의 경계는 무너졌다. 경제 불황 우려는 커졌고 정치 세력을 향한 불신은 깊어졌다.

독일 사회학자 에른스트 디터 란터만이 쓴 <불안사회>가 독일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여주는 ‘불안한 현대사회’의 모습이다. 한국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저자는 책을 통해 급진적이고 광신적인 오늘의 사회를 조명하고 그 심리적 공통점을 분석한다. “우리를 점점 급진적으로 만드는 동기를 제대로 이해해야만 심각한 사회적 현상을 막을 전략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빠른 변화와 함께 갈수록 커지는 사회의 불확실성은 개인의 불안으로 연결됐다. 저자는 사람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이 방향성 상실, 소외감으로 나타난다고 진단한다. 확실한 것을 추구하고 안전함을 갈구하는 기본적인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나타난 것이 급진적이고 광신적인 태도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들은 자기 이미지에 맞는 세계를 창조함으로써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고 어느쪽에 설지 결정한다”며 “이 모든 것을 통해 스스로 가치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한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협소한 이념과 왜곡된 정체성의 덫에 빠질 수 있다. 책에서는 외국인 혐오나 피트니스 기계에 대한 맹신, 극단적인 채식주의 등을 급진주의와 광신주의 현상의 구체적 사례로 든다. 소셜미디어의 파급력도 한몫한다. 저자는 “소셜미디어의 감정적 역동성은 유행의 흐름을 타는 해시태그를 따라 흥분의 파도를 몰고 온다”며 “그를 통해 증오 공동체를 부추기고 조직하고 격려한다”고 경고한다.

책은 사회의 불안을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긍정적인 계기로 삼아 시민사회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제안으로 마무리한다. 공동체에 대한 불신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만들어낸 분열일까. 상대를 비난하고 몰아붙이면서 스스로 도덕적 만족감에 취해 있는 건 아닌지, 양극단으로 첨예하게 나뉘어 있는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이덕임 옮김, 책세상, 224쪽, 1만38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