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읽는 세상] 대통령도 폐지 지시한 '공인인증' 발급 오히려 크게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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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와 글쓰기공인인증서 발급 건수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공인인증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폐지를 지시한 ‘적폐’지만 발급 건수가 지난해 말 4000만 건(누적)을 넘어섰다. 정부가 보안을 이유로 주민등록번호에 기반한 공인인증서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인인증서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토론하고 정리해보자.
지난 11일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인인증서 발급 건수는 2015년 3387만 건에서 지난해 4013만 건으로 3년 새 18.4% 증가했다. 올해 8월 기준으로는 4108만 건을 기록했다. 온라인 서비스를 대폭 늘리고 있는 공공기관이 가족관계증명서 등 각종 민원서류를 발급할 때와 본인 인증을 할 때 공인인증서를 요구하고 있다. 은행 등 민간 분야에서 공인인증서를 대체하는 인증을 도입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본인 인증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주요국 추세에도 역행하고 있다.정부는 지난해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핵심을 뺐다. 공공 영역의 본인 인증은 주민등록상의 명의 확인으로 제한했다. 현재 주민등록 기반 인증은 공인인증서가 유일하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대국민 서비스에서는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 기반의 인증이 여전히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의 시각은 다르다. 공공 서비스 이용자인 국민의 편의를 확대하려면 주민등록번호를 관리하는 정부가 행정편의주의를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인인증서 제도는 1999년 전자서명법 제정으로 도입됐다. 2014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회의에서 액티브엑스 탓에 해외 소비자들이 국내 온라인 쇼핑몰을 사용할 수 없다는 지적(일명 천송이 코트 논란)까지 나오자, 정부는 전자상거래, 인터넷뱅킹 등에서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제도를 잇따라 폐지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로 현 정부도 지난해 9월 공인인증서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으나 1년 이상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김주완 한국경제신문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