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털기] 알아서 내달리는 2.5톤 괴물…BMW X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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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 기자의 [신차털기] 16회바야흐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전성시대다. BMW도 대형 플래그십 SUV 뉴X7을 국내 선보였고, 순식간에 올해 초도 물량 300대가 완판됐다. 지난 9일 만나본 X7 M50d는 쾌적한 대형 SUV임에도 여느 스포츠세단 부럽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겸비하고 있었다.
△ BMW 플래그십 SUV X7 M50d 시승기
▽ 1억 넘는 플래그십 SUV 존재감
▽ 2.5톤 괴물, 스포츠 가속 능력 발군
▽ 반자율주행 등 준수한 첨단 기능 매력
BMW 뉴X7은 전장·전폭·전고가 5151·2000·1805mm에 이르는 대형 SUV다. 현대차 팰리세이드나 기아차 모하비 더 마스터보다 크고 한국GM 쉐보레 트래버스보다는 약간 작은 정도다. 이전 세대 BMW 차량들에 비해 크고 높아진 키드니 그릴 때문에 밖에서 보면 트래버스보다 더 위압감을 준다. 공기저항 따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 같은 직선적인 디자인은 언제든 달릴 준비가 된 근육질을 연상시킨다. 차 문을 열고 올라타면 일반 승용차와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22인치 알로이 휠이 장착된 탓에 운전자의 눈높이는 1톤 트럭 높이와 비슷해진다. 세단과 비교하면 도로를 한 눈에 내려다보는 느낌도 느낄 수 있다. 시선이 닿는 실내 공간 대부분은 가죽으로 마감됐다. 천장도 알칸테라 가죽으로 됐다. 2열에는 모니터가 부착돼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틀고 지도를 확인할 수 있다. 햇볕을 받아 빛나는 크리스탈 기어노브는 플래그십 차량이라는 존재감에 마침표를 찍는다.◇ 2.5톤 괴물, 스포츠 가속 능력 발군
BMW 뉴X7은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차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시승한 M50d의 무게는 2460kg, 2.5톤에 육박하는 대형 괴물이다. 핸들은 무거웠고 도로 위 패인 곳이나 과속방지턱 정도는 승차감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일반 승용차라면 타이어가 패인 곳을 빠져나오며 차가 위로 들렸다가 다시 내려가는 탓에 다소 소음과 충격이 있을 만한 곳도 무게로 찍어 누르듯이 지나가는 탓에 흔들림이 거의 없었다.
흔들림 뿐 아니라 풍절음 등의 소음이나 차량 진동 등도 거의 없었다. 시승 차량은 최고 출력 400마력, 최대 토크 77.5㎏·m의 성능을 발휘하는 디젤 엔진을 장착했지만,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여느 가솔린 엔진보다도 정숙했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h로 달리면서도 풍절음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고속도로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다 보면 아스팔트 포장 경계에서 가벼운 충격과 소음이 발생하곤 하는데, BMW 뉴X7에서는 이러한 소음과 충격도 완충장치가 효과적으로 흡수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한적한 지방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여봤지만, 안정적인 승차감은 꾸준히 유지됐다. 엔진의 힘에도 여유가 넘쳤다. BMW 뉴X7은 에코 프로-컴포트-스포츠 3개 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고속주행을 하며 스포츠 모드를 켜자 소음과 진동이 급격히 커지고 충분한 힘으로 달려나간다. 높은 RPM과 상대적으로 낮은 기어비로 엔진 출력을 한껏 뽑아내며 미친듯 달린다.
너무 잘 달리다 보니 국내에선 이 스포츠 모드를 쓸 일은 많지 않겠다는 판단이 설 정도였다.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엔진음과 진동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컴포트로도 충분한 가속력을 즐길 수 있다.◇ 반자율주행 첨단 기능 '만족'
일반적으로 수입차는 국내 규제로 인해 정확한 지도 데이터를 받지 못하고, 그 결과 순정 내비게이션의 품질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를 갖고 있다. 때문에 기자가 시승을 할 경우 스마트폰을 따로 부착하는데, BMW 뉴X7은 순정 내비게이션의 수준이 매우 높았다. 현재 위치한 도로의 차로까지 인식해 어디서 차선 변경을 해야 하는지 알려줄 정도로 국산차 내비게이션 수준을 많이 따라왔다.반자율주행 기능도 준수한 모습이었다. 반자율주행 기능은 핸들에 있는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즉각 작동시킬 수 있었는데, 꺾어지는 도로에서도 곧잘 중앙을 유지했다. 앞에 다른 차량이 끼어드는 경우에도 빠르게 인식해 속도를 줄여줬다. 흐름이 원활한 고속도로에서는 반자율주행에 의존해도 충분히 안전한 운전이 가능할 정도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역시 화려한 그래픽으로 생생한 정보를 전달했다. 계기반을 따로 보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차량의 무게와 출력 때문에 연비가 나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편견에 불과했다. 약 600km를 시승하는 동안 고속도로에서는 평균 14.3km/l, 시내주행에서도 13.4km/l를 기록했다.
물론 한계도 있다. 우선 속도가 60km/h 아래로 떨어지면 차선을 인식하지 못해 차로 유지 기능이 자동으로 풀린다. 도로가 낡아 차선 칠이 거의 벗겨진 경우, 또는 차선이 끊겼다가 다시 나타나는 경우, 톨게이트를 통과한 뒤 여러 차선이 하나로 합치는 경우 등에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가뜩이나 핸들이 무거운데다 반자율주행의 개입도 심한 탓에 이런 상황에서는 기능을 끄고 운행해야 했다.한 가지 아쉬운 점은 어떻게 앉아도 시트가 불편하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시트가 허리를 잘 받쳐주지 못했고 몸을 잡아준다는 감각도 부족했다. 허벅지 지지대를 늘리면 오금이 들리면서 압박됐다. 조수석 시트에 소화기가 부착된 탓에 허벅지 지지대를 늘리지 않으면 크게 거슬렸는데, 어떻게 해도 불편함이 가시지 않았다.공기저항을 많이 받는 키드니 후드에 무수한 날벌레의 흔적이 남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고속도로를 주행하자 따로 닦아주지 않고는 버티지 못할 만큼 벌레들의 사체가 붙었고, 그 파편은 앞유리에도 남아 있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