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다시 생사기로…10년來 최대 적자 "탈출구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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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벨 울리는 자동차 3사“생존을 위한 정상화 방안에 적극 동참해달라.” 예병태 쌍용자동차 사장이 지난달 10일 경기 평택공장을 찾아 직원들에게 한 말이다. “선제적 자구노력이 절실하다”는 호소도 보탰다. 임원 20%를 내보내고, 직원을 대상으로 한 순환휴직(안식년 제도)을 시행해야 하는 ‘절박함’을 토로했다.
3분기 1052억 손실…11분기 연속 적자
직원들도 어려운 회사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정일권 쌍용차 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1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노조와 경영진이 손잡고 회사를 살려내겠다”고 했다. 말단 직원부터 최고경영자(CEO)까지 비상한 각오를 다지고 나섰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되레 적자 폭이 커지며 ‘비상벨’ 소리가 더 요란해지는 모양새다.신차 부재→판매 부진→자금난
쌍용차가 걸어온 길은 한 편의 ‘대하드라마’다. 2007년 44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이후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계속 영업손실을 봤다. 대우그룹과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각각 팔렸다가 2009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구조조정 후폭풍에 따른 ‘옥쇄파업’을 거치며 쓰러질 뻔한 적도 있다.
2010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되면서 ‘반전 드라마’는 시작됐다. 안정적 재무구조와 노사 화합을 바탕으로 정상화 기반을 다졌다. 일등 공신은 2015년 초 나온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였다. 2016년엔 9년 만에 흑자(영업이익 280억원)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그랬던 쌍용차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2017년부터 차 판매량이 쪼그라들면서다. 올 들어선 사정이 더 좋지 않다. 쌍용차는 올 1~9월 10만1403대의 차량을 팔았다. 최악의 판매 위기를 겪은 작년 같은 기간(10만2246대)보다 0.8% 줄었다. 신차(티볼리 부분변경 모델, 코란도 완전변경 모델)를 내놨지만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지난달 국내에서 7275대를 팔아 월별 판매 순위 4위로 내려앉았다. 올 들어 처음 르노삼성자동차(7817대)에 3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수입차 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7707대)에도 밀렸다.
업계에선 쌍용차가 ‘경쟁력 있는 신차 부재’와 ‘판매 부진’의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쌍용차가 올해 야심차게 내놓은 신차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2월 판매를 시작한 준중형 SUV 코란도는 월 1000대가량 팔린다. 당초 월 3000대씩 판매될 것이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회사를 떠받쳐온 티볼리 판매량도 급감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등 경쟁사가 잇따라 중소형 SUV를 내놓으면서 인기를 잃었다는 분석이다.
판매량 감소로 여유 자금이 줄다 보니 연구개발(R&D) 비용마저 제대로 대기 어려운 형편이다. 쌍용차는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에 추가 증자 요청을 검토 중이다. 마힌드라 측이 추가 증자에 참여할지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마힌드라 사정도 나빠진 탓이다.“고강도 구조조정 불가피”
판매 부진은 최악의 경영실적으로 이어졌다. 쌍용차는 올 3분기(7~9월) 105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11분기 연속 적자를 봤다. 적자 폭은 전분기(-491억원)보다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3년 가까이 누적 적자만 3000억원을 넘어섰다. 2009년 ‘옥쇄파업’ 사태 이후 1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예 사장은 “새 모델을 내놨지만 판매가 줄고 손실이 확대됐다”고 답답해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까지 눈에 띄는 신차가 없어서다. 쌍용차는 최근 신차 개발 및 양산 계획마저 연기했다. 경영난이 심해지자 연구개발 투자 계획을 조정한 것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쟁사들의 신차 공세가 이어지는 데다 글로벌 수요 둔화, 환경규제 강화 등이 맞물려 만만찮은 상황”이라며 “쌍용차를 비롯한 중견 자동차회사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구조조정 폭이 더 커지는 게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쌍용차는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한 순환휴직 시행 및 복지 축소 등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 129명 규모의 신규 채용 계획도 무기한 연기했다. 하지만 적자 폭이 더 커지고 판매량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추가적인 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