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컵 공동 선두 대니 리, 두달 일찍 태어난 둘째 얘기에 '울컥'

"이 이야기는 정말 안 하려고 했는데, 둘째가 원래 크리스마스에 나와야 하는데 지난주에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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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 선수 대니 리(뉴질랜드)가 예정보다 2개월 일찍 태어난 둘째 이야기를 하다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대니 리는 19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총상금 975만달러) 3라운드까지 15언더파 201타로 공동 선두를 달렸다.

특히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20m 가까운 긴 이글 퍼트를 넣고 17번 홀(파3)까지 3타 차였던 저스틴 토머스(미국)를 따라잡았다.

인터뷰실에 들어선 대니 리는 "아내가 둘째를 임신하고 있었는데 크리스마스에 나와야 하는 아이가 지난주 일요일에 나왔다"고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목이 메는지 "죄송합니다"라고 감정을 추슬렀다. 사회자가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까요"라고 묻자 고개를 끄덕인 대니 리는 "할아버지도 한국에 계시고 부모님, 아내 모두 한국 사람인데 그동안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며 "이번에 제 실력을 보여드리고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18번 홀 이글 상황에 대해 "이글 퍼트는 넣으려고 친 게 아니다"라며 "내리막을 최대한 천천히 보내겠다고 한 것이 공이 자꾸 홀 쪽으로 빨려 들어간 것 같다"고 돌아보며 웃었다.

대니 리는 "두 번째 샷이 핀까지 270야드 거리였는데 너무 잘 맞아서 그린을 넘긴 줄 알았다"며 "그린 왼쪽 언덕 오르막에 맞고 많이 구르지 않아 멈췄는데 운이 좋았다"고 겸손해했다. 그는 이날 "바람이 한 클럽 반 정도 차이를 둬야 할 정도로 불었다"며 "1, 2라운드보다 바람이 셌지만 그래도 열심히 잘 친 것 같다"고 자신의 3라운드를 자평했다.

대니 리는 "2, 3년 전에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대회 도중에 극심한 허리 통증으로 기권했는데 다음 날 다리에 감각이 없어져 제 인생의 골프는 그대로 끝나는 줄 알았다"며 "한 달 정도 쉬면서 치료받고 좋아졌는데 이후로는 그런 부상을 피하기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2015년 7월 그린브라이어 클래식에서 PGA 투어 1승을 거둔 그는 "내일 일은 지금 아무리 생각한다고 해도 그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최종 라운드는 내일 아침 컨디션을 보고 게임 플랜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