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1200원대 원·달러 환율…달러 투자 어떻게
입력
수정
지면B5
KB WM Star 자문단과 함께하는 자산 관리일반 기업이나 공공기관, 개인투자자 등 다양한 고객을 만나다 보면 대부분 “앞으로 달러를 더 사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런 질문을 하는 당사자는 이미 달러를 보유하고 있고, 수익률도 ‘플러스’라는 의미일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달러를 보유하지 않은 고객들은 달러 투자에 다소 소극적이다. 환율이 연초에 비해 7~8% 이상 상승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연초 이후를 되돌아보면 원·달러 환율이 오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더 심화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달러가 선호된 점이다.둘째는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 등을 믿지 못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대체자산인 달러화로 몰린 점이다. 유로화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대인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해 통화완화 정책을 확대했다.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달러 자산으로 이동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여기에 파운드화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로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원화 자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점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국 경상수지는 흑자를 이어가고 있고 외환보유액 수준도 양호하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한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점을 들어 전망을 불투명하게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이런 현상이 달러 선호와 원화 회피로 연결돼 원·달러 환율이 연초보다 100원 가까이 상승했다.
앞으로 원·달러 환율의 방향은 지금까지 환율이 오른 이유가 더 심화될지, 아니면 반대로 이런 이유가 완화될지에 달려 있다. 현재까지는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면서 달러가 선호되고 있다. 그러나 유럽 못지않게 미국 경제도 예상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달러 수요가 크게 강하지는 않은 모습이다. 한국 경제는 물가 하락과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고용이 개선된 점은 긍정적이다.원·달러 환율의 과거 추이를 되돌아보자.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약 20년 가까이 환율은 달러당 1125원 수준을 평균으로 상단 1230원과 하단 1020원에서 등락해 왔다. 1250원이 넘는 구간은 2001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두 차례에 불과했다. 확률적으로는 12% 수준이다.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서 과거와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미·중 무역분쟁이 무역전쟁으로 확대되거나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시한 지정학적 리스크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다. 따라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확신이 낮다면, 환율이 1200원을 웃돌 경우 달러 투자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문정희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