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단 때리고 보자' 억지 과세·과징금 제도, 뜯어고쳐야

관세청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 SK E&S에 잘못 징수한 세금 1599억원을 되돌려 주게 됐다. 광주세관은 이 회사가 세금을 덜 내기 위해 LNG 수입가격을 시세보다 낮게 신고했다고 봤다. 하지만 조세심판원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였던 2003~2004년에 20년 계약을 맺은 SK E&S의 거래가격을 유가가 100달러에 달했던 2013년 한국가스공사가 체결한 가격과 비교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광주세관은 서울세관이 두 차례나 무혐의 결론을 낸 일을 다시 문제 삼았다. 중복조사로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행정력을 낭비한 것이다.

과세당국의 과도한 세금 부과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조세심판원에 접수된 불복사건 중 관세 관련 납세자 승소율은 29.2%로 전체 평균(20.1%)을 크게 웃돌았다. 국세청은 지난해 170건(확정판결 기준)의 조세소송에서 패소했다. 패소율(소송가액)은 2017년 24.3%에서 지난해 26.6%로 높아졌다. 납세자에게 돌려줘야 할 세금이 1조624억원에 달했다.공정거래위원회도 무리한 조사와 과징금 제재를 남발한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기업들이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공정위 패소율은 2016년 22.7%, 2017년 26.9%, 지난해 27.3% 등 매년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5월까지 30.6%에 이른다. 최근 5년간 돌려준 과징금은 1조원을 넘고 국민 혈세로 메꾼 환급이자만 1000억원에 달한다.

‘일단 때리고 보자’는 식의 억지 과세와 과징금 부과는 행정편의주의로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잘못된 부과와 처분이 매년 늘어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 조사기관의 성과보상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추징금이나 과징금이 큰 사건을 처리한 직원에게는 특진 등 보상이 주어지는 데 비해 법원에서 패소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면 문제다.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뜯어고치는 것이 행정신뢰를 높이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