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대학총장의 가장 큰 고민

유지상 < 광운대 총장 jsyoo@kw.ac.kr >
대학 총장으로서 요즘 고민이 많다. 대학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학 지원자 수의 급격한 감소다. 작년 한국의 출산율은 0.9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압도적인 ‘꼴찌’다. 유례없는 초저출산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2018년 출생아 수는 32만 명을 조금 넘겼다. 대학 지원율이 지금과 같은 70% 수준이라면 이들 중 20만 명 정도가 대학에 진학할 것이다. 참고로 올해 대학입학정원은 약 49만 명이다.

이뿐만 아니다. 세상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굳이 ‘초연결’ ‘초지능’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언급하지 않아도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에 걸맞게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교육도 당연히 변해야 하고, 그 중심에 대학 교육(고등교육)이 있다. 그동안 대학은 ‘지식 중심 교육과정’으로 진리의 상아탑이란 위치를 차지했지만 대학이 현실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근대화와 함께 ‘시장 중심 교육과정’이 등장하게 된다.교육에도 실용성을 염두에 둔 실재적(實在的) 행위 등이 개입하게 된 것이다. 산학협력이나 현장실습이라는 말도 여기에서 생겨났다. 이것으로 ‘실용’이라는 한 마리 토끼는 잡았지만 ‘대학이 취업을 위한 학원인가’라는 또 다른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데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그나마 시장 수요를 예측하기도 어려워졌다.

이런 변화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나온 말이 ‘핵심역량 중심 교육과정’이다. 핵심역량이라는 말은 다양한 문제를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요구되는 지식과 태도 등을 의미한다. 현재 교육계의 화두다. 대학의 교육 내용과 방법이 수요자인 학생의 ‘핵심역량’을 키우기 위한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대 흐름에 맞게 대학의 교육 내용과 방법을 혁신하려면 초기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지금의 대학 사정으로는 현상 유지조차 어렵다.

지금과 같은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 대학이 모든 문제를 독자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 모두가 대학의 어려운 사정에 관심을 두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 위기가 기회라고, 지금의 큰 변화 앞에서 그동안 산적해 있던 한국 대학의 문제점을 되짚어볼 적기가 아닌가 싶다. 대학 경쟁력 강화, 요즘 우리나라 대학 총장의 가장 큰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