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형 일자리', 대한민국 전기차 메카 비상 꿈꾼다

완성업체·부품업체·연구기관 집적화로 전기차 생태계 구축
상생협의회 구성해 입주업체들 임금·복지 격차 최소화 시도
'전북 군산형 일자리'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넘어 걸음마 단계인 대한민국 전기자동차 산업의 메카를 만들겠다는 큰 그림을 그린다.오래전부터 타타대우와 지엠(GM) 등의 완성차 업체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자동차 부품업체와 연구기관들이 산재해 있는 만큼 이들 인프라를 활용하면 전기차의 중심지로 비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전북 군산형 일자리, 4천억 투자해 1천900개 일자리 창출
전북 군산형 일자리는 명신그룹이 주축이 된 '명신 컨소시엄'과 에디슨모터스, 대창모터스, MPS코리아가 중심이 된 '새만금 컨소시엄' 등 2개 컨소시엄으로 진행된다.

이들 컨소시엄은 2022년까지 4천122억원을 투자, 전기차 17만7천여대를 생산하고 1천902명을 고용한다는 계획이다.먼저 명신 컨소시엄은 2천675억원을 투입해 GM 군산공장(129만㎡)에서 이르면 내년부터 전기차를 생산한다.

900명을 직접 고용하며 2022년까지 12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명신은 현재 GM 공장 인수작업을 마치고 생산라인 구축작업에 착수한 상태다.우선 중국의 전기차 생산업체인 바이톤으로부터 위탁 생산을 하며 이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자체 브랜드를 생산한다.

새만금 컨소시엄은 1천447억원을 들여 새만금산업단지 제1공구 39만㎡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만든다.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에디슨모터스는 전기버스에서 시작해 전기 트럭, 전기 승용차로 사업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대창모터스는 한국야쿠르트 카트와 같은 초소형 전기차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며 MPS코리아는 골프 카트, 의료용 스쿠터, 전기 트럭 등을 만든다.
◇ "전기차 생산하려면 군산으로"
전북 군산형 일자리의 일차적 목표는 일자리 창출과 이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다.

하지만 전북도와 군산시의 눈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궁극적으로 '전북 군산형 일자리'를 통해 군산을 전기차 생산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군산권역에는 800여개의 자동차 부품협력업체가 있고 자동차융합기술원, 탄소융합기술원, 건설기계부품연구원 등 10여개의 자동차 관련 연구기관이 몰려있다.

2개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한 완성차업체, 부품협력업체, 연구기관이 한 곳에 집적화하는 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

실제 국내에는 아직 이런 인프라를 갖춘 전기차 생산단지가 없다.

전북도와 군산시는 이미 군산지역의 자동차 부품업체를 전기차 부품업체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오국선 군산시 일자리창출과장은 "2개 컨소시엄이 원활하게 굴러가면 전기차 생산을 위한 산업생태계가 자연스럽게 구축된다"며 "이렇게 되면 앞으로 전기차 관련 업체는 군산으로 몰려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군산이 장기적으로 새만금 신항만, 공항과 같은 최적의 물류 및 수출 인프라를 갖추게 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과 가깝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이 사업의 컨설팅을 맡은 김현철 군산대 산학협력단장은 "우리나라의 전기차 기술은 중국보다 훨씬 뒤져있는 걸음마 단계이고 전기차 생산 메카라고 할 만한 곳도 형성돼 있지 않다"며 "'군산에 오면 어떤 기업이든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는 수준으로 전기차 생산 인프라를 완벽히 갖춰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 대기업 중심의 불공정한 원·하청 관계 개선
전북 군산형 일자리는 대기업 중심의 불공정한 원·하청 관계를 개선하는 '수평 계열화'도 시도한다.

부품업체들이 여러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 대기업과 동등한 위치를 갖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부품업체가 대기업 1곳에 납품하는 구조이다 보니 의존적이고 종속적일 수밖에 없었으나 이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광주나 구미의 일자리 모델이 대기업 중심인 반면 중소·중견기업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광주는 현대차, 구미는 LG화학이 중심이지만 군산형에는 10여개의 중견업체가 참여한다.
지자체 합작법인 형태인 광주와 달리 민간 주도의 투자인 데다 전기차는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적어 빠른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명신 컨소시엄은 이미 생산라인 구조변경에 들어갔으며 이르면 내년부터 생산이 가능하다.

새만금 컨소시엄도 연말 안에 착공해 2년 후에는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방침이다.

노사관계 측면에서는 지역 공동교섭, 적정임금 시현과 같은 선진적 요소를 도입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공동교섭은 상생협의회에서 1차로 원·하청 상생 방안과 기준 임금 등을 합의한 뒤 가이드라인을 정하면 사업장별 교섭을 하는 개념이다.

또 임금관리위원회를 통해 적정한 임금을 정하도록 해 업체 간 차이, 원·하청 업체 간 차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조성해 복지 격차를 해소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이 모두 참여해 만들어낸 모델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전북도와 군산시는 지난해 5월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며 지역경제가 어려움에 부닥치자 물밑 작업을 거쳐 올해 1월 '노사민정 실무협의회를 구성, '군산형 일자리 모델'을 논의해왔다.김현철 군산형 일자리 컨설팅 사업단장은 21일 군산대에서 열린 '전북 군산형 일자리 시민보고대회'에서 "투자 기업들의 노사와 군산 노사민정 실무협의회가 오랜 시간 토론하고 타협해 도출해낸 결과물"이라며 "투자기업들이 잘 뿌리 내리고 지역경제를 견인할 수 있도록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