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 미래차 기술개발 2.4조 파격 베팅…2022년 '자율주행車 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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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성장동력 발굴 나선 기업들현대·기아자동차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연구개발(R&D) 및 미래 기술 투자를 대폭 확대해 자율주행자동차, 친환경 자동차 등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을 쥔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 기술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와 협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미국에 자율주행 합작사 설립미국에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한 게 대표적 사례다. 글로벌 ‘톱3’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업체인 아일랜드의 앱티브와 손잡고 2조4000억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2022년까지 4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을 내놓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가 외국 기업과 함께 조(兆) 단위 미래차 투자에 나선 것은 창사 52년 만에 처음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미래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앱티브와 내년 미국에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지난달 23일 계약을 맺었다. 앱티브는 구글에서 분사한 웨이모,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인수한 크루즈 등과 함께 세계적 수준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업체로 꼽힌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회사의 합작 투자 규모는 4조8000억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가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씩 들여 내년 미국 보스턴에 합작사를 세우고 관련 투자에 나선다. 합작사 설립뿐만 아니라 관련 연구개발(R&D), 테스트 작업,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할 방침이다. 합작사의 지분은 50 대 50으로 나눠 가진다. 이사회 내 같은 수의 사내·사외 이사를 파견해 공동 경영을 하기로 했다. 합작사는 2022년까지 자율주행 플랫폼(소프트웨어 시스템) 개발을 마칠 계획이다.현대·기아차는 현재 운전자 조작 없이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한 3단계 기술을 양산 차에 적용하고 있다. 운전자 개입 없이 차 스스로 달릴 수 있는 수준인 4단계 기술을 2024년까지 완성차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상용화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현대·기아차는 기대하고 있다.
속도 붙는 글로벌 협업체계 구축
현대·기아차는 2017년부터 다양한 미래 기술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과거 다른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부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전략적 투자에 나섰다. 차량공유 기업부터 자율주행 기술 보유 기업,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제작 기업, 드론(무인항공기) 기술 기업 등 분야도 다양해졌다.‘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싱가포르 차량공유업체 그랩에 2억7500만달러(약 3100억원)를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인도 차량호출 서비스 기업 올라에는 3억달러(약 3400억원)를 투자했다. 기업 인수 등을 제외하면 현대차그룹 사상 최대 규모의 외부 투자다.
올 들어서도 미래차 기술 관련 협업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4월 네이버, 카카오 출신 기술자들이 세운 스타트업 코드42에 전략적 투자를 했다. 현대차와 코드42는 스마트 모빌리티(이동수단) 서비스 플랫폼을 함께 개발할 계획이다.
5월엔 현대·기아차가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전기차업체 리막오토모빌리에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고성능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높여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현대·기아차는 커넥티드카와 수소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차 등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커넥티드카는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자동차다. 커넥티드카가 완전 상용화되면 차 안에서 양방향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친환경차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이후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자장치로 구성된 자동차가 도로를 누비는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양산에 들어간 차세대 수소차 넥쏘가 대표적이다. 넥쏘는 한 번 충전하면 609㎞를 주행할 수 있다. 세계에 나온 수소차 중 주행거리가 가장 길다.
현대·기아차가 잇달아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데는 “제조업을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정 수석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