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권력형비리 엄정 사정했다면 국정농단 없었을 것"

국회 시정연설서 '공수처' 조속 처리 촉구…"공정 위한 개혁, 더 강력히 추진"
"공정 뿌리내리도록 새 각오…제도에 내재된 합법적 불공정·특권 바꿔야"
"교육 불공정 개선…고교서열화 해소·정시비중 상향 등 입시제도 개편"
"남은 2년반 혁신·포용·공정·평화 목표"…"여야정 국정협의체 가동"
"평화 향한 마지막 고비, 대화만이 벽 무너뜨려…평화·경협 선순환 北호응 촉구"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민의 요구를 깊이 받들어 공정을 위한 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특히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 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사건은 없었을 것"이라며 특별사정기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가진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공정이 바탕이 돼야 혁신·포용·평화도 있을 수 있다.

경제뿐 아니라 사회·교육·문화 전반에서 공정이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이른바 '조국 사태'를 계기로 공정 사회를 열망하는 국민 목소리를 수용해 남은 2년 반의 집권 후반기에는 검찰개혁 등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통한 공정을 추구한다는 국정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듣고, 공정·개혁에 대한 국민 열망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며 "국민 요구는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 불공정·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고 사회 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라는 것으로,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 정책협의회'를 중심으로 공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새로운 각오로 임하겠다"고 덧붙였다.특히 "국민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라며 "최근 시작한 학생부종합전형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히 추진하고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도 강구하겠다.

정시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풀영상] 문대통령 시정연설 "검찰개혁 멈추지 않을 것…공수처법 조속 처리 당부" / 연합뉴스 (Yonhapnews)문 대통령이 대입 정시 비중 확대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교육의 공정·포용성을 높이기 위해 고교무상교육을 내년 고2까지 확대하고 내후년에는 전 학년에 적용해 고교 무상교육을 완성하겠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채용비리와 관련, "채용비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강도 높은 조사와 엄정한 조치를 취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며 제도개선을 지속하겠다"고 말하고 "탈세·병역·직장 내 차별 등 국민 삶 속에 존재하는 모든 불공정을 과감히 개선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검찰 개혁을 언급하며 "다양한 의견 속에 국민 뜻이 하나로 수렴하는 부분은 검찰개혁의 시급성"이라며 "어떤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 없고, 엄정하면서도 국민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위해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감찰과 공평한 인사 등 검찰이 더는 무소불위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을 때까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며 "국민뿐 아니라 대다수 검사도 바라마지 않는 검찰 모습"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도 검찰 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달라"며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과 수사권 조정법안 등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해 이견도 있지만, 검찰 내부의 비리에 대해 지난날처럼 검찰이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대통령의 친인척과 특수 관계자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별사정 기구로서도 의미가 매우 크다"며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공수처법은 우리 정부부터 시작해서 고위공직자들을 더 긴장시키고, 보다 청렴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 문 대통령은 "한반도는 지금 항구적 평화로 가기 위한 마지막 고비를 마주하고 있다"며 "우리가 함께 넘어야 할 비핵화의 벽으로, 대화만이 그 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상대가 있는 일이고 국제사회와 함께 가야 하기에 우리 마음대로 속도를 낼 수 없지만, 우리는 역사발전을 믿으면서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대화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우리 운명을 남에게 안 맡기고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게 강한 안보"라며 "지금 우리 안보 중점은 대북억지력이지만, 언젠가 통일이 된다 해도 열강 속에서 당당한 주권국가가 되기 위해선 강한 안보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경제·문화·인적교류 확대 등 한반도 평화와 경제협력이 선순환하는 평화경제 기반 구축에도 힘쓰겠다"며 "북한의 밝은 미래도 그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근로시간 단축이 확대 시행됨에 따라 탄력근로제 등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며 "그래야 기업이 예측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 3법, 소재·부품·장비 특별법, 벤처투자촉진법, 농업소득보전법, 소상공인기본법, 유치원 3법, 청년기본법, 가정폭력처벌법 등의 국회 통과도 촉구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는 모든 사람의 노력을 보장하는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고 있고 그만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다름에 대한 관용과 다양함 속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 정부 남은 2년 반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며 "혁신적이고, 포용적이고, 공정하고, 평화적인 경제로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게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며 "재정이 적극 역할을 해 대외충격의 파고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 경제의 활력을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최근 야당에서 입시제도, 공공기관 채용·승진, 낙하산 인사, 노조의 고용세습, 병역·납세제도 개혁, 대·중소기업 공정거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부동산 문제 해결 등 공정과 관련한 다양한 의제를 제시했다"며 "여야정이 마주 앉아 함께 논의하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특히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얽힌 국정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약속대로 가동하고 여야 정당 대표들과 회동도 활성화해 협치를 복원하고 20대 국회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