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K] 바삭한 튀김의 힘…일본 매출 500억 찍은 'K그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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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K] 3회 : 'K그릴' 자이글■ 넥스트K ■ 차세대 한류 주역을 꿈꾸는 이들을 찾아나섭니다. 케이(K)팝, K뷰티, K푸드 등을 잇는 새 K열풍을 위해 오늘도 많은 기업과 젊은 스타트업이 고군분투 중입니다. [넥스트K]에서 미래 한류의 새 주역을 미리 만나보세요 _ 한경닷컴 산업부 # 차갑게 식은 새우튀김을 자이글로 데운다. 2분 뒤 새우튀김이 기름이 반짝이며 다시 황금빛을 띄었다. 칼로 자르니 '바사삭' 소리가 또렷했다.이진희 자이글 대표는 2013년 일본 홈쇼핑에 원적외선 전기 그릴(자이글)을 처음 선보였을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이 대표는 "일본 홈쇼핑에도 직접 출연한 적 있는데 당시 자이글을 통해 식었던 새우튀김을 데운 뒤 자르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 일본 지난해 누적 매출 500억 돌파
▽ 'K그릴' 미국·유럽으로…초도물량 완판
▽ 자이글 브랜드 팬덤 구축…뷰티 확장
새우튀김의 바삭한 소리는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자이글은 2013년 5월 일본 샵채널에서 연속 매진을 기록했고, 가전홈쇼핑 재팬엔 다까다에선 매출 신기록도 세웠다. 자이글은 지난해 일본에서 누적 매출 500억원을 돌파했다. 한국인에겐 익숙한 전기 고기판이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K그릴'로 거듭난 한 해였다.
한때 일본에서 자이글은 연간 20만대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야끼니꾸(구이) 문화가 있다는 점을 파고든 결과였다. 이 대표는 "일본 홈쇼핑에서 테스트를 받을 때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구웠는데, 관계자들이 일부러 고기가 다 식은 뒤 한참 뒤에 맛을 봤다"며 "스테이크도 총 4~5분이면 구워지지만, 식은 뒤에도 육즙 손실이 없다는 걸 인정 받아서 방송에 나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이글에 생선과 식빵을 같이 조리하더라도 식빵에 생선냄새가 베이지 않았다는 점도 일본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현재 일본에선 가장 큰 홈쇼핑 채널인 자파넷 타카타를 비롯해 샵채널을 통해 제품을 팔고 있다. 일본 관광지에서도 자이글에 가리비를 구워 팔거나, 꼬치를 구워 파는 등 더 다방면으로 이용되고 있다. 앞으로 일본에선 더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자이글은 일본 파나비아와 10억원 규모 자이글 파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자이글 웰빙·핸썸보이 등 총 6종을 두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자이글의 판매 가격은 한국(10만원대)보다 3배 가량 비싼 30만원대다. 이 대표는 "전체 일본 그릴 시장에서 자이글은 10~2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라쿠텐 주방 부문에서 아직 1~2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 곳이었던 에이전시를 여러 곳으로 확대해 상품 라인을 더 추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K그릴' 미국·유럽으로…초도물량 완판
자이글은 미국과 유럽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이 대표는 "미국에선 월 1000~2000대의 자이글이 들어가고 있으며, 시장을 넓히고 있는 중"이라며 "유럽도 폴란드 헝가리 등 국가를 중심으로 판매처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자이글은 지난 8월 6만480달러(약 7100만원) 규모 자이글핸썸을 미국에 수출했다. 7차 수출로, 초도 물량이 완판하면서 추가로 계약이 이어졌다. 유럽에서의 성장세도 기대하고 있다. 자이글은 지난해 폴란드와 자이글S·웰빙 제품 2종의 초도 물량을 수출했다. 지난 9월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글로벌 마켓'에 참여했다. IFA 글로벌 마켓은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의 부속행사로, 기업간거래(B2B) 중심의 전시회다.
유럽에서도 자이글은 혁신 제품으로 통한다. 그는 "독일 등 주변 국가를 대상으로 현재 6개 업체와 상담하고 있다"며 "1960~1970년대 전자레인지를 판매했던 바이어를 만났는데, 그는 '자이글을 보고 당시 전자레인지를 봤던 충격이 느껴진다'며 감탄하기도 했다"고 밝했다.
중국에선 자이글 제품 판매와 더불어 ZWC 화장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자이글은 지난 2017년 자이글 중국법인을 설립했지만, 사드 여파로 제대로 된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
이 대표는 "중국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도매상으로 계약했는데 사드 영향으로 주춤한 상태지만, 내년부터 제대로 된 실적을 낼 것"이라며 "ZWC 화장품은 중국 위생성 허가를 받고 있는데 내년 2~3월 인증이 나오면 중국 판매를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이글 브랜드 팬덤 구축…뷰티 확장
그간 자이글을 통해 성장했던 회사는 올해 변신을 시도했다. 뷰티 디바이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지난 9월 자이글은 얼굴은 물론 전신을 케어할 수 있는 'ZWC 페이스&바디 마스크'를 출시했다. LED 마스크에 고농도 산소 케어 기능을 결합한 제품이다.
이 대표는 "뷰티 디바이스는 11월 하순부터 본격적으로 모델 오연서 씨와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이라며 "티커머스와 홈쇼핑 채널로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이글이 적외선 그릴기기를 넘어 뷰티기기와 화장품까지 내놓은 이유는 소비자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자이글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한 결과다. 아이돌이 팬층을 구축하는 것처럼 '자이글 팬덤'을 형성하겠다는 목표다.
2016년 9월 코스닥에도 상장한 것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이 대표는 "자이글을 사용하는 30대부터 60대, 70대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고민, 믹서기 등 생활용품을 비롯해 뷰티 기기까지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이글을 두고 '원히트 원더(하나의 히트송으로 흥행한 아티스트)'라고 하지만, 이를 불식하기 위해 변신을 시도한 것"이라며 "코스닥 상장도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 성장 기틀을 만들고자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이글의 역량은 '새로운 시장' 구축에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주방가전 제품 하나로 10년 동안 압축 성장했는데 이 과정에서 어떻게 사업을 하면 된다는 걸 느끼고 경험했다"며 "앞으로 5년은 지난 10년보다 더 큰 발전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 매출 확대를 통해 제2의 도약도 자신했다. 이 대표는 "올해는 뷰티 디바이스를 준비하는 시기였던 만큼 내년 상반기엔 실적이 나올 것"이라며 "올해와 내년 국내와 해외 실적을 확대해 2025년엔 해외 매출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사진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