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있는 리더만이 조직의 변화와 혁신 이끌 수 있다"

미리 보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9

기조발표자
브루스 어볼리오 미국 워싱턴대 교수

진정한 리더는 자기 스스로가
리더라는 자각을 확고히 하는 것
지난 3월 15일 뉴질랜드 남섬에 있는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사원(모스크) 두 곳에서 백인우월주의자의 총기 난사 테러로 50명이 숨졌다. 다음날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무슬림 여성이 착용하는 히잡을 쓰고 현장으로 달려가 “뉴질랜드 전체가 함께 슬퍼하고 있다”며 무슬림 공동체를 위로했다. 의회 연설에선 “테러리스트보다 희생자들의 이름을 먼저 부르고 기억하자”고 호소했다.

뉴질랜드 주요 언론과 외신 등에선 “뉴질랜드가 39세 여성 총리의 진정성 있는 리더십 덕분에 빠르게 테러의 상처를 회복하고 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테러리스트에 대한 증오와 분노로 자칫 나라가 분열될 수 있는 상황에서 아던 총리가 치유와 위로에 우선 초점을 맞춰 사태를 원만히 수습했다는 분석도 나왔다.브루스 어볼리오 미국 워싱턴대 포스터경영대학 교수는 ‘진정성 리더십 이론’을 설문조사 등 실증연구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정립한 학자로 손꼽힌다. 다음달 6~7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9’에서 ‘진정성 시대의 리더십’을 주제로 기조발표를 하는 어볼리오 교수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갖추고 진정성 있게 처음부터 옳은 일을 행하면 성공은 저절로 뒤따라온다는 것이 바로 진정성 리더십이 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오늘날 리더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자질은 뭐라고 봅니까.

“기본적으로 리더는 반드시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갖춰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신과 다른 관점에 대해 완전히 열린 자세를 취해야 하죠. 또한 자신이 이끄는 다른 이들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열정을 바쳐야 합니다. 도전으로 상처 입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역시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입니다. 무엇보다도 리더는 그가 이끄는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서 때로는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하죠. 정말로 조직을 변혁시키고자 하는 리더라면 진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가 주장하는 변혁은 ‘사이비 변혁’이 될 뿐입니다.”▷‘진정성 리더십’이 등장한 배경으로 흔히 2001년 회계부정으로 파산한 엔론 스캔들을 듭니다.

“사실 진정성 리더십은 과거 그리스·로마 시대나 고대 중국의 철학자들도 논의했던 주제였습니다. 하지만 엔론 스캔들은 리더십이 타락해 리더의 비윤리적인 행동을 조장할 때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웰스파고(유령계좌 개설 파문), 퍼듀파마(마약성 진통제 판매), 다카타(에어백 결함사고), 폭스바겐(경유차 배출가스 조작) 등에서 벌어진 사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스캔들은 이제는 예전과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줬습니다. 사람은 단순히 옳은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성공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옳은 일을 행하라’, 이것이 바로 진정성 리더십이 주는 의미입니다.”

▷진정성 리더십은 다른 리더십 이론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나요.“진정성 리더는 무엇보다도 스스로 ‘리더’란 점을 자각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이끌면서 더 완벽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적응하고 배워나가며 더 높은 수준의 진정성을 발휘합니다. 진정성 리더는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데 정의롭고 공정하며 균형잡힌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가 지닌 높은 도덕성과 다른 사람에 대한 투명성은 좋은 본보기가 되죠. 한때 유행하던 ‘변혁적 리더십’ 이론은 리더들이 다른 조직원에게 변화할 동기를 부여하고 요구할 만큼 충분한 수준의 선의와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패로 판명 났습니다. 버나드 배스(변혁적 리더십 이론가)가 단순히 카리스마와 변혁적 리더십을 융합한 것은 실수였습니다.”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국가 지도자 중에선 누가 진정성 리더에 가까운가요.

“제가 만나지 않은 사람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늘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제가 진정성 리더에 포함하고 싶은 사람은 기업인 중에선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 인도의 소프트웨어(SW) 업체 인포시스 설립자인 나라야나 무르티, 요가 의류업체 룰루레몬의 크리스틴 데이 전 대표 등입니다. 최근 국가 지도자 중에선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진정성 리더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진정성 리더를 길러내기 위해서 교육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교육은 우선 리더가 다른 이들을 이끌며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스스로 자각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또한 그가 공정하고 균형잡힌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들도 가르쳐야죠. 아무리 위험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다른 사람과 관계에서 투명성을 유지하도록 북돋아야 합니다. 윤리와 공정성 등에 대한 규칙을 더욱 많이 가르치는 한편 절대 침범해서는 안 되는 도덕적 기준을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교육도 게을리해선 안 됩니다.”

▷앞으로 진정성 리더십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계획이 있습니까.

“저는 어떻게 하면 추종자로 출발한 사람이 자기주도적인 진정성 리더로 성장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기주도적 리더십을 유지하고 북돋우는 문화를 공동체 내에서 어떻게 구축해나갈 것인지에 관한 연구에도 주력하고 있죠. 최근엔 ‘게이뮬레이션(게임+시뮬레이션)’이라고 부르는 가상 리더십 대회를 창안했습니다. 경영대학원 학생들이나 실제 조직의 리더들이 보다 높은 진정성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경쟁하는 일종의 글로벌 게이밍 대회죠.”

■ 어볼리오 교수는△1953년 미국 출생
△1975년 미국 뉴욕주립대 졸업
△1981년 미국 애크런대 박사
△1981~2001년 뉴욕주립대 빙엄턴캠퍼스 교수
△2001~2008년 미국 네브래스카대 교수
△2008년~ 미국 워싱턴대 교수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