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인베스트먼트, 바이오·하드웨어·SW 투자업종 고르게 분산

VC 전성시대

리스크 관리 최대 강점
“HB인베스트먼트가 돌아왔다.”

HB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벤처캐피털(VC)업계가 주목하는 업체다. 이 회사가 투자한 회사 중 17곳이 연말부터 내년 사이 상장(IPO)에 나서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의 면면도 화려하다. 셀비온, 브릿지바이오, 아이티엠반도체, 와이팜, 나딕게임즈 등 성장성과 수익성을 두루 갖췄다고 평가받는 업체가 대거 포진해 있다.2~3년 전만 해도 이 회사는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2010년을 전후해 결성했던 펀드들이 저조한 성과를 낸 탓이다. VC 펀드의 만기는 5~10년. 부진한 펀드의 정리 작업에 발이 묶이면서 추진력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창업 초기 단계부터 발을 담가 부분 회수로만 150%의 수익률을 기록한 퓨처켐, 올해 상장에 성공한 압타바이오 등이 ‘잭팟’을 터뜨려주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지난해엔 대성창투 출신 스타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안신영 대표를 영입하며 변화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HB인베스트먼트의 전신은 1999년 세워진 튜브인베스트먼트다. 2012년 사명을 변경했다. 지금까지 215개 기업에 5957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운용자산(AUM)은 3473억원이다.이 회사는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로 유명하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는 주식 격언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우선 투자 업종을 바이오, 하드웨어·소재, 소프트웨어·콘텐츠 등 세 분류로 나누고 투자금을 3분의 1씩 고루 배분하고 있다. 얼마나 성장한 기업인지도 따진다. 초기, 중기, 프리 IPO 단계에 해당하는 기업들에 균형 있게 투자하는 게 이 회사의 원칙이다.

쏠림이 없는 투자 배분은 IPO까지 갈 수 있는 기업을 골라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매주 두 차례 이상 열리는 기업설명회(IR) 직후 모든 심사역이 모여 투자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한다. 투자 여부는 사실상 이날 결정된다. 회사 관계자는 “모집단을 일찌감치 줄여놔야 한 템포 빠른 투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