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처리 도와주면 '선거제 통과' 약속"…與의 '한국당 포위작전'

한국당 뺀 野 설득 총력전

민주 "29일 본회의 상정"
한국당 "총력 저지"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검찰 개혁 법안의 본회의 부의를 1주일 앞두고 여야의 ‘수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여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의 선(先)처리를 위해 야당에 “선거제 개편안 처리를 약속한다”는 내용의 합의서 작성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장외투쟁을 시사하는 등 총력 저지에 나설 태세다.
< 의총서 결의 다지는 한국당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 세 번째), 나경원 원내대표(왼쪽)와 의원들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 법안 카운트다운 들어가더불어민주당은 22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24일 공수처 법안 처리 시점 등에 대한 당론을 정하기로 결의했다.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하는 것이 맞다”며 “지난 4월 패스트트랙을 공조한 야당이 있기 때문에 논의해 가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3일 원내 3당 교섭단체 간 실무교섭 논의 결과를 지켜본 뒤 본회의 상정 시점을 결정한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선 공수처에 대한 한국당 반대가 심해 합의점 도달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은 오는 29일부터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달 말 본회의 상정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민주당의 고민은 한국당을 뺀 여야가 4월 패스트트랙 법안의 본회의 표결 순서를 ‘선거법→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안’으로 정했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안 통과를 약속한다는 내용의 합의서 작성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 의원은 “합의서 작성 등 여러 방안에 대해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며 “야당과 협상이 틀어질 경우 24일 의원총회에서 통과 전략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민주당은 또 패스트트랙에 오른 두 개의 공수처 관련 법안 중 백해련 민주당 의원안이 아니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안을 중심으로 논의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야당과 구체적으로 조문 수정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설명했다.
‘권은희안’으로 수정안 마련될 듯

한국당은 반대 여론 결집에 나섰다. 여권의 공수처 설치 주장은 “문재인 대통령 입맛대로 수사청을 만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한국당 지도부는 여권이 공수처 법안의 이달 말 상정을 강행할 경우 장외투쟁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야가 이달 말 본회의에 상정키로 한 비쟁점 법안 통과가 무산될 수도 있다.여권은 야당과 공조가 이뤄질 경우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는 점을 들어 한국당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당이 여당이었던 시절에도 주장했던 공수처법이 정말 ‘묻지마 반대’할 사안인지 천천히 되돌아보길 바란다”며 “엉터리 주장과 터무니없는 왜곡보다는 한국당이 진지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정 시 본회의 통과 여부도 관심이다. 검찰 개혁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선 총 재적의원 297명의 과반인 149명이 필요하다. 민주당 성향의 의원 129명(손혜원 무소속 의원 포함)에 한두 명의 이탈 표를 감안하면 21~22명 정도가 추가로 필요하다. 정의당(6명)은 대체적으로 민주당과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민주평화당(4명)은 공수처 설치에 원칙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처리 순서는 ‘선(先)선거법 후(後)사법개혁 법안’이 당내 방침이다. 대안신당(8명)도 민주평화당과 비슷한 입장이다. 다만 민주당이 합의서 작성을 약속한다면 공수처 법안 선처리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바른미래당의 경우 비당권파(15명)는 공수처 문제 등에 더 강경하다. 당권파(9명)도 패스트트랙 공조 시 약속한 대로 선거법이 먼저 처리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만 김관영 의원 등 일부 의원은 당론과 상관없이 이달 말 공수처 법안 상정에 찬성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김우섭/하헌형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