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 트뤼도 '집권 2기' 험로 예고…'40세 주자' 쉬어·싱 급부상

'제1야당 수장' 쉬어, 정치적 위상 강화…'聯政 파트너' 신민주당 싱 주목·
트뤼도, 다수당 선방했지만 '반쪽 승리'…4년새 확 달라진 정치지형
4년전 캐나다 정가에 돌풍을 몰고 왔던 '스타 정치인' 쥐스탱 트뤼도(48) 총리가 정치적 벼랑 끝에서 되살아났다. 트뤼도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유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실시된 제43대 총선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했다.

과반 의석에는 못 미치지만 정권교체의 가능성까지 점쳐졌던 애초 전망에 비하면 선방한 셈이다.

다만 단독정부를 구성했던 '트뤼도 1기'에 비하면 앞으로의 4년은 출발부터 험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총선에서 '젊고 진보적인' 트뤼도 총리에게 마음을 열었던 캐나다 유권자들은 이제 40세의 다른 차세대 주자들에게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트뤼도, '블랙페이스 돌발악재' 속 선방…전체 득표 뒤져
트뤼도 총리로서는 예상 밖 선전을 거뒀다.

캐나다 C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집권 자유당은 전체 하원의석 338석 가운데 157석을 얻으면서 제1야당 보수당(121석)을 제쳤다. 현 의석에서 20석을 내주면서 과반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지만 최소한 '원내 1당'의 자리는 유지한 셈이다.

전국 득표율에서는 자유당이 33%를 얻는 데 그쳐 보수당(34.4%)에 근소하게 뒤졌다.

캐나다 유권자의 민심은 점차 트뤼도 총리에게서 멀어지고 있지만,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의 전략적 이점을 누렸다는 뜻이다. 실제 총선 정국에서 각종 악재가 잇따랐던 상황을 고려하면 트뤼도 총리에게는 '깜짝 승리'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블랙페이스 사진'이 직격탄이 됐다.

과거 얼굴을 검은색으로 칠해 '아라비안나이트'의 알라딘으로 분장하고 파티에 참석한 사진이 공개됐고, 자메이카 흑인으로 분장한 채 익살을 떠는 몸짓을 연출하는 사진도 나왔다.

백인이 짙은 색으로 얼굴을 분장하는 '블랙페이스'는 북미 사회에선 인종차별적 모욕 행위로 여겨지며, 특히 이민자 비중이 높은 캐나다 유권자들의 등을 돌리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잇따른 악재로 트뤼도 총리가 코너에 몰리면서 정권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됐다는 점에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한 것만으로도 정치적 승리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캐나다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트윗을 통해 트뤼도 총리를 공개 지지하면서 캐나다 유권자의 지지를 요청한 바 있다.
◇'연정 파트너' 신민주당 유력…제1야당 위상도 강화
총선 승리에도 트뤼도 총리의 영향력은 확실히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어렵사리 재집권의 길을 열기는 했지만 '집권 1기'의 탄탄한 정치적 기반은 상당 부분 허물어졌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당장 단독정부 구성이 어려워진 만큼 연립정부 구성이 불가피해졌다.

캐스팅보트로서 좌파 성향 신민주당(NDP)의 정치적 위상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신민주당은 24석을 확보했다.

자유당이 같은 진보 진영인 신민주당과 손을 잡는다면 170석 이상의 과반 의석이 가능해진다.

신민주당을 이끄는 저그미트 싱 대표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인 출신의 싱 대표는 터번을 착용한 시크교도로, 캐나다 최초의 소수민족 출신 당 대표로서 주목받아왔다.

제1야당 보수당이 95석에서 121석으로 몸집을 크게 불린 점도 트뤼도 총리에겐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전국 득표율에서는 자유당을 압도한 보수당의 앤드루 쉬어 대표가 트뤼도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로 급부상하게 됐다.

쉬어 대표는 "다음 기회에 우리 당이 정권을 되찾아 올 토대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싱 대표와 쉬어 대표 모두 트뤼도 총리보다 8살 젊은 40세로, 캐나다 정가의 차세대 주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군소정당들도 약진했다.

퀘벡지역에 기반을 둔 블록퀘벡당은 10석에서 32석으로 의석을 크게 늘리면서 실질적인 승자가 됐다. 4년 전에는 진보적 이미지와 훤칠한 외모를 앞세운 트뤼도 총리가 캐나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았다면, 이번에는 한층 복잡해진 정치 역학 속에서 '트뤼도 집권 2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