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원인' 오해받은 화성시청사 지열 사업 결국 중단

"포항 지열발전소와는 원천적으로 다르지만, 주민 반대 고려"

2017년 포항지진(규모 5.4)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열발전소처럼 지열을 이용한다는 이유로 안전성을 의심받아 온 경기 화성시청사 심부 지열 에너지 실증사업이 결국 중단됐다.화성시는 2017년부터 진행해 온 심부 지열 에너지 실증사업을 종료하고 사업 부지를 원상복구한다고 23일 밝혔다.

시 관계자는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 때문에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우리 사업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민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향후 사업 추진이 불가하다고 판단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화성시는 2017년 11월부터 시청사 부지 내 625㎡에 시추 기계를 설치, 최대 5㎞(실제 약 4.3㎞)를 파 지열로 데워진 물을 이용하는 시험용 사업을 추진해왔다.이 사업은 지름 12.25인치로 시추한 구멍 1개에 관을 넣고, 그 안에 더 가느다란 관(지름 3.5인치)을 넣은 뒤 큰 관에 물을 따라 지하에서 물이 데워지면 가는 관을 통해 뽑아내 시청사 난방 설비와 연결,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이다.

사업비 150억원은 민간 사업자가 전액 부담하며, 시는 이 실증사업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민간 아파트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지열을 이용한다는 점에선 포항 지열발전소와 비슷한 점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이라고 시는 설명해왔다.
포항은 서로 다른 지점에 구멍을 2개 뚫어 한쪽에서 고압으로 물을 주입하면 지하층에 물이 고이는 공간이 생기고, 그 물이 데워지면 반대쪽 관으로 뜨거운 물을 뽑아내 전기 생산에 이용하는 방식이다.

고압으로 물을 쏘다 보니 바위틈으로 물이 뻗어 나가면서 지반에 영향을 크게 미치고, 이에 더해 전기까지 생산하려니 시간당 유량도 화성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화성시는 포항 지열발전소와 공법이나 운용 방식이 전혀 다르다고 수차례 설명해 왔지만, 땅을 파 지열을 이용한다는 점 자체에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게다가 화성시 지열 에너지 사업은 포항지진 이후 투자자들이 손을 떼면서 공사는 1.8㎞가량 시추한 뒤 2년 가까이 멈춘 상태였다.

사업을 추진해 온 민간업체 관계자는 "이 사업의 핵심은 구멍 한 개만 시추해 안전성에 결코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며 "당사의 공법과는 완전히 다른데도 여러 언론을 통해 포항 지열발전소와의 유사성이 기사화되면서 투자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 결국 사업을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북유럽에서 요청한 곳이 있어 실증사업을 그곳에서 해보려 한다"며 "그 결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역량을 더 키워 추후 국내에서 다시 시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