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대·대·광' 청약시장…올 평균 수십대 1 경쟁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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住테크 돋보기부동산 시장에서 ‘대·대·광’이라는 표현은 지난해부터 등장했다. 서울 강남,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처럼 비슷한 부동산 시장 특성을 가졌다는 의미로 대구, 대전, 광주광역시를 지칭하는 용어다. 지난해 전국의 아파트 매매값이 9.5%라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온도차는 컸다. 서울이 19.9%, 경기가 7.5% 급등한 데 비해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5대 광역시는 평균 2.28% 상승에 그쳤고, 그 외 지방은 1.7% 하락했다. 하지만 광역시 중에서도 대구(5.14%), 대전(5.91%), 광주(10.37%)는 연간 5% 이상 상승해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대·대·광 지역만 투자 가치가 있다는 의미로 불리기 시작했다.
올해 대·대·광 지역의 부동산 성적표는 어떨까. 우선 아파트 가격 변동률을 살펴보면 부동산114 시세 기준 1~10월 대구의 아파트 가격은 0.58% 상승했고, 광주는 0.53%, 대전은 5.81% 올랐다. 전국의 아파트 가격 변동률이 1.21%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구와 광주는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고, 유일하게 대전만 5%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지역별로는 대구의 경우 최근 가격 상승을 주도해온 중구, 수성구는 올해 1% 미만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성구는 지난 5년간 평균 47% 상승했을 정도로 가격이 급등한 지역이고 2017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와 분양가 상한제도 적용 예정이어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낮았다. 중구 역시 2016년을 제외하면 2014년 이후 꾸준히 연간 10% 이상 아파트값이 급등했기 때문에 가격 상승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 반면 2017~2018년 상대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덜 올랐던 서구가 뒤늦게 3.4% 상승했다.
광주는 지난해 10% 이상 오른 서구와 광산구가 올해 각각 0.75%, 0.56% 상승에 그쳤고, 남구(-0.01%)와 동구(-0.47%)는 하락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광주는 지난 10년간 한 해도 아파트값이 하락한 적이 없었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공급물량이 증가해 올해 입주물량은 1만3000가구로 2009년 수완지구 입주 후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대전은 올해 1~10월 5.81% 상승해 지난해 5.91%와 비슷한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유성구와 중구는 7%대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유성구는 2000년대 중후반 입주한 테크노밸리 단지 중심으로, 중구는 서대전 주변 아파트 가격의 상승폭이 컸다.대·대·광으로 불렸지만, 사실 3개 지역의 부동산 시장 환경은 다르다. 인구와 가구 수, 아파트 재고물량 등에서 대구가 광주, 대전의 약 1.4~1.6배에 달하고, 산업구조와 경제여건, 소득 및 인구 특성도 다르다. 지금까지 대·대·광의 아파트 가격 변동률도 전혀 다르게 움직였다.
올해 공통점이라면 대·대·광 모두 신규 분양시장의 청약열기가 뜨겁다는 것이다. 올해 1~10월 아파트 1순위 청약경쟁률은 대구가 평균 22.36 대 1, 광주 40.73 대 1, 대전 38.7 대 1로 수십 대 1을 기록했다. 기존 아파트보다 새 아파트에 대한 투자 수요가 풍부했다고 볼 수 있다. 대구에서는 중구가 70.93 대 1, 달서구가 48.7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광주에서는 서구가 61.16 대 1로 청약경쟁이 치열했고, 북구와 남구도 40 대 1을 넘었다. 대전에서는 유성구가 51.06 대 1을 기록했다.
지방광역시와 같은 대도시권은 처음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신규 수요도 있지만 기존 아파트 노후화로 새 아파트로 이전하려는 교체 수요도 풍부한 편이다. 1990~2000년대 개발된 신규 택지개발지구에서도 새 아파트로 이전하려는 수요가 발생하고 있고, 입지와 교통환경이 우수한 구도심도 재건축이나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새 아파트들이 개발되면서 청약 대기 수요가 풍부한 편이다.다만 광역시는 지역경제 여건과 아파트 공급 물량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김혜현 <알투코리아 투자자문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