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직접 지시'에…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호텔 철거되나

온천·골프장·해수욕장 등도 철거 후보대상에 포함
현대, 금강산특구에 7천670억원 투자…관광중단으로 1조6천억원 손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일대의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북측 언론이 23일 보도하면서 범위와 시기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체적인 철거 대상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이산가족면회소 등 핵심 교류 시설도 '후보'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정부 당국과 금강산관광 주사업자인 현대아산 등의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강산 관광지역의 남측 자산은 2010년 4월 이후 모두 북한 당국에 의해 몰수, 또는 동결된 상태다.

지난 2008년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으면서 우리측의 금강산 관광 중단 조치가 풀리지 않자 북측은 남측 시설 일부를 몰수하고, 운영을 동결했다. 이후 이산가족상봉, 금강산 관광 20주년 남북공동행사 등은 몰수 조치가 내려진 시설에서 진행되기도 했으나 현재까지 그 조치는 풀리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이 둘러본 시설에는 고성항, 해금강호텔, 문화회관, 금강산호텔, 금강산옥류관 등이 있다.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 금강원(식당) 등은 북측 자산이지만 현대아산이 각각 리모델링하면서 임차 사용권을 갖고 있다. 특히 이들 시설은 지금도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어 철거 후보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국관광공사의 금강산온천, 문화회관, 온정각 면세점 등과 현대아산 등의 온정각, 온천빌리지, 금강빌리지 등도 금강산 관광특구 내에 들어서 있으며, 이는 남측 시설에 해당된다.

금강산관광사업에 참여한 기업은 현대아산을 비롯해 일연인베스트먼트, 에머슨퍼시픽, 다인관광, 한양, 농협, 에스엔에너지, 채널라인 등이다. 특히 지난해 8월 남북 이산가족 상봉 장소로 활용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와 금강산호텔은 남측 시설로서 더욱 그 의미가 깊다.

이 가운데 이산가족면회소는 우리 정부 자산으로 분류된다.

상봉행사 당시 정부는 상봉시설 개보수를 위해 유엔으로부터 포괄적인 제재 예외 인정을 받고 개보수 공사를 진행했다.

이후 정부는 수시 상봉을 현실화하기 위해 북측의 면회소 몰수조치를 해제해줄 것을 요청했고 긍정적 반응도 얻어냈으나 여전히 답보 상태다.
김 위원장이 이들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직접 지시한 만큼 북측은 조만간 남북 간 실무회담 또는 사업자인 현대아산과 협의를 열자고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아산 측은 "당혹스럽다"면서도 통일부와의 협의를 거쳐 차분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현대아산은 올해 2월 금강산 관광 시설물 현황에 대해 "관광 노정 등 기본 시설들은 비교적 양호하지만, 10년 이상 문이 닫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시설물들은 개보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대그룹은 금강산특구에 총 7천670억원(사업권 대가 5천597억원, 시설 투자 2천268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금강산관광이 11년째 중단되면서 매출 손실이 1조6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