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수확하는 벼 '빠르미'로 충남서 이기작 성공

국내산 품종으로는 처음…"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
충남도 농업기술원이 개발한 벼 신품종 '빠르미'가 예산에서 이기작에 성공했다. 이기작은 같은 농경지에서 같은 작물을 연간 2차례 재배해 수확하는 것을 말한다.

도 농업기술원은 23일 예산에 위치한 기술원 내 답작시험포장에서 빠르미 수확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빠르미는 일본 조생종 품종과 국내 육성품종을 교배한 극조생종으로, 도 농업기술원이 지난해 개발했다. 그동안 경남과 전남 등 남부 지역에서 '기라라 297' 등 일본 벼 품종을 이용한 이기작 시도가 있었으나 국내산 품종으로 이기작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기원은 지난 7월 27일 빠르미를 처음 수확한 데 이어 사흘 뒤 같은 논에 다시 이앙한 벼를 이날 두 번째로 수확했다.

수확량은 10a당 470㎏으로, 첫 수확(10a당 513㎏) 때보다는 10%가량 감소했으나 양호한 수준이라고 농기원은 설명했다. 삼광벼의 평균 수확량은 10a당 569㎏이다.

일반 품종은 벼를 늦게 이앙하면 생육 기간이 충분하지 않아 등숙률(낟알이 영그는 비율)이 현저히 낮아지는데, 빠르미에서는 그 같은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빠르미 재배가 일반화되면 논 이용 효율성을 높여 농가 소득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3월부터 감자·옥수수·강낭콩을 키우다 7월에 빠르미를 심거나, 4월 말에 빠르미를 이앙해 7월께 수확한 뒤 들깨·감자·무·배추 등을 심는 이모작이 가능해진다.

특히 봄철 가뭄 시기를 피해 여름에도 심을 수 있고, 추석 전 햅쌀 시장 선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농기원은 이번 재배에서 빠르미의 '움벼'(수확으로 베어낸 그루에서 다시 싹이 자라난 벼) 현상을 확인했다.
동남아시아 같은 열대·아열대 지역에서는 한번 이앙해 두 번 수확하는 이 같은 방식의 움벼 재배가 일반화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생장 기간과 기온 등 문제로 시도된 적이 없다.

움벼 재배가 가능해지면 벼를 파종해 한 달 정도 길러 낸 뒤 모를 심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 없게 돼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다고 농기원은 설명했다. 윤여태 농기원 박사는 "빠르미는 생육 기간이 짧아 농업용수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기후변화에 따라 잦아지는 가뭄·태풍·홍수 등 자연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품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