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정책 2주년…신재생 확대 성과 속 원전ㆍESS '난관'

에너지전환 로드맵 발표 2년…발전량·설비용량·거래량 모두 상승
원전 둘러싼 찬반 갈등 골 깊어…ESS화재 등 새로운 문제도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한 지 24일로 2주년을 맞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0월 24일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후속조치 및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의결하고 에너지전환에 대한 계획을 공식화했다.

에너지전환 로드맵에는 국내 원자력발전소를 2017년 24기에서 2028년 14기 등으로 단계적으로 줄이고,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및 이름·장소 미정의 2개 호기 등 총 6기의 신규 원전 계획을 백지화했다.

또 현재 7∼8% 수준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힘입어 신재생에너지는 발전량과 설비용량, 거래량 등 다양한 방면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원전을 둘러싼 지역 주민 및 원전업계와의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고 에너지저장정치(ESS) 화재 등 복병이 등장하면서 에너지전환 정책은 여전히 넘어야 할 난관이 많은 상황이다.
◇ 2년 맞은 에너지전환 정책…신재생 활성화 물꼬 터
정부가 2017년 10월 24일 문 대통령 주재의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에너지전환 계획은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권고내용 및 정부방침(안)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후속조치 및 에너지전환 로드맵 등 2건의 안건이다. 문 대통령이 '탈핵 시대'를 선포한 것은 이보다 앞선 2017년 6월 19일이지만, 당시 가장 논란거리였던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여부에 대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이 나오기까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가 2017년 10월 20일 건설 재개 권고를 내렸고 나흘 뒤 정부가 이 같은 권고 사항을 받아들이면서 에너지전환 정책도 본격적인 틀을 갖추고 추진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국무회의 의결 직후 공개한 로드맵에서 신규 원전 6기 백지화와 노후 원전 14기 수명연장 금지 등을 통해 현재 24기인 국내 원전을 2038년까지 14기로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로드맵에는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아직 건설 장소나 이름을 정하지 않은 2개 호기 등 총 6기의 신규 원전 계획은 백지화하고 월성 1호기는 전력수급 안정성 등을 고려해 조기 폐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038년까지 수명이 만료되는 노후 원전 14기는 수명연장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국내 총 원전은 2017년 24기에서 2022년 28기, 2031년 18기, 2038년 14기 등으로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반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30년까지 20%로 늘린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정부는 또 지난 6월 확정한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204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35%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원전 감축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큰 틀 안에서 정부와 공기업, 지방자치단체는 태양광, 연료전지 등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원 늘리기에 협력했고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전체 에너지원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7%를 넘어섰다.

1분기 기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17년 5.0%, 2018년 5.5%, 올해 7.5%로 빠르게 늘었다.

전력거래소의 '8월 전력시장 운영실적'을 보면 지난 8월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1천156만kW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9% 증가했다.

전력거래량은 지난해 8월 2천169GWh에서 지난 8월 2천528GWh로 16.6%, 전력시장 정산금(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거래대금 제외)은 2천187억원에서 2천625억원으로 20.0% 늘었다.
◇ 아직 해소 못 한 원전 갈등…ESS 등 해결할 현안도 산적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3일 열린 세계재생에너지총회에서 "한국은 화석연료 및 원전 에너지에 기반해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기후 위기 및 에너지 위험이 증가해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에너지전환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에너지전환은 새로운 사회적 갈등을 낳기도 했다.

로드맵 발표 당시 백지화 계획이었던 신한울 3·4호기는 법적 논란과 지역주민의 거센 반발 등으로 인해 현재 사업이 보류된 상태다.

신한울 3·4호기는 지난해 3월 한전기술과 종합설계용역 계약을 맺었고, 지난 2월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했다.

당시 계획대로라면 한울 3호기는 2022년 12월, 4호기는 2023년 12월 공사에 들어가야 하지만,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해당 절차도 멈춰 섰다.

한수원은 지난해 6월 긴급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및 신규 원전 4기(천지·대진) 건설 취소를 의결하면서 신한울 3, 4호기는 보류 조치했다.

건설을 중단하지도 재개하지도 않는 애매한 상황 속에서 원전 건설을 바라는 지역주민과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건설 재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년 국정감사에서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여부를 비롯한 에너지전환 정책은 늘 '뜨거운 감자'로 다뤄졌다.

지난 18일 산업부 종합 국감에서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들어 보류된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건설 재개를 압박하며 탈원전 정책이 산업 생태계를 망친다고 맹공을 펼쳤다.

자유한국당 이종배 의원은 "대한민국은 신재생 에너지 천국이 되기 위해 지옥행 탈원전 급행열차에 올라탔다"며 "전기요금 인상, 원전 생태계 붕괴, 한전공대 설립 졸속 추진 등 모든 것의 원인은 탈원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성 장관은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경주 지진으로 인해 더는 (원전이 있는 도심이)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리의 현실 인식에서 시작했다"며 "원전 생태계를 망가뜨리지 않고 인력·기술 문제를 보완해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수적인 ESS 사업이 난항을 겪는 것도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ESS는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는 장치다.

ESS는 태양광 등에서 낮에 생산한 전기를 저장해 밤에도 쓸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꼭 필요한 설비지만, 2017년 8월부터 1년9개월 간 ESS 설비 23곳에서 잇따라 불이 났기 때문이다.

정부가 민관 합동 화재조사 결과와 안전대책을 발표한 이후에도 현재까지 4개월 동안 4건이 추가로 발생했다.

이로 인해 7일 국감에서는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ESS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성 장관은 "대책 발표 이후 발생한 화재 3건(이후 1건 더 발생)은 남아 있는 자료가 있어서 제대로 조사할 여건이 돼 있다"며 "배터리 전문가와 함께 조사의 공정성, 투명성을 위해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참여하게 하고 이해관계자가 방어할 기회도 부여해 화재 원인을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