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장의 오기?…시의회 부결 '농민수당' 조례 재추진

내용 수정없이 다시 입법예고…야당의원 "의회 무시 처사"

경기도 여주시가 시의회에서 부결 처리한 '농민수당' 조례안을 내용 수정 없이 시의회에 다시 제출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의회가 제동을 건 조례안에 대해 시의원이 아닌 시 집행부에서 원안을 그대로 다시 내 재심사를 받겠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 시의회의 대응이 주목된다.

23일 시에 따르면 '농민수당 지원 조례안'을 지난 21일 입법예고, 31일까지 의견을 받고 있다.

시는 입법예고와 조례규칙심의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다음 달 25일 열리는 시의회 정례회에 조례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해당 조례안은 그러나 지난 10일 시의회 조례심사특별위원회 표결에서 찬성 3표, 반대 2표, 기권 1표로 부결된 안건과 내용이 동일하다.

조례안 통과에는 재석의원 과반(4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4명 가운데 1명이 기권했다.

조례안은 농업경영체로 등록한 지역 내 농업인들에게 연간 60만원 이내의 농민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논밭 면적을 합해 1천㎡ 이상(농업경영체 등록 기준)인 여주지역 농업인은 모두 1만1천여명으로 한해 농민수당은 66억원가량이 소요된다.

조례심사특별위원회 심사에서 반대 의견을 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재정 부담과 함께 경기도와 협력사업 우선 추진 등을 이유로 들었다.

시 관계자는 "농민수당 조례안은 보건복지부 협의 등을 거쳐 1년 동안 노력해 마련한 조례안"이라며 "1표가 모자라 조례안이 통과되지 않은 만큼 시의원들에게 한 번 더 심사숙고해달라는 의미로 재심사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항진 시장이 조례안을 고치지 말고 그대로 다시 올릴 것을 주문했다"며 "역점사업인 농민수당에 대한 이 시장의 의지가 담긴 조례안인 만큼 재심사에서 의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의회 조례심사특별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한 의원은 "조례심사특위에서 부결된 안건에 대해 여당 소속의 의장이 직권상정할 수 있었지만, 의장도 부담되는 조례안이라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며 "시의원들과 논의 없이 원안 그대로 재제출하겠다는 것은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법 제68조(일사부재의의 원칙)는 '지방의회에서 부결된 의안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부결 처리된 조례안을 내용 수정 없이 다음 회기에 다시 제출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