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교육국장 "입시 사로잡힌 한국…다양한 성공경로 찾아야"

국제교육콘퍼런스 참석해 "다른 국가는 대학진학이 다양한 경로 중 하나"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 "대통령 정시확대 발언은 이해관계 조정 차원"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국장은 23일 대학 입시에만 매달리는 우리나라 교육 풍토와 관련해 학생들이 대학진학 말고도 다양한 성공경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슐라이허 국장은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에 참석해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과 함께한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 교육체계에 대한 평가와 대안을 요청하자 이런 답을 내놓았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명예교수인 슐라이허 국장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등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여러 학업성취 평가도구를 개발하는 데 관여했다.

슐라이허 국장은 우선 한국교육 시스템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그는 "한국의 경우 가난한 학생도 상당히 좋은 교육을 받고 있고 유능한 인재들이 교사가 돼 전문성도 높다"면서 "혁신학교도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슐라이허 국장은 그러나 "한국처럼 학생과 학부모, 정부가 입시에 관심을 쏟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한국의 교사와 학생은 입시에 사로잡혀있다"고 진단했다.그러면서 "다른 국가에서는 대학진학이 다양한 성공경로 중 하나인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슐라이허 국장은 특히 "(입시를) 표준화한다고 공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기업이 면접을 통해 지원자가 과거에 어떤 성과를 냈는지 파악하고 직원을 선발하는 것처럼 대학도 학생이 학교에서 전반적으로 어떤 경험을 했는지 살펴보고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격차 해소 방안으로는 교사에 대한 지원을 늘리라고 제언했다.슐라이허 국장은 "한국은 교직 준비과정이 매우 철저해 교사들이 유능하다"면서 "문제는 (정부 등의) 교사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능한 교사가 가장 어려운 학생을 가르치게 해야 한다.

교사들을 지원할 제대로 된 체계를 마련하고 유능한 교사가 어려운 학생을 맡도록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중 확대'를 언급한 것을 두고 "대입제도를 두고 이해관계 다툼이 일자 이를 조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의장은 작년 국가교육회의가 대입제도 공론화를 거쳐 교육부에 권고한 '2022학년도까지 정시 비율 30% 이상으로 확대' 방침과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의 언급이 이 방침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라고도 했다.김 의장은 중장기 교육정책을 논의하는 국가교육회의 대신 기존처럼 교육부가 대입개편을 주도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교육부는 현안에 대응하는 것이고 국가교육회의는 균등한 교육 기회를 부여하고 인간적 삶을 위한 역량은 국가가 책임지는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다룬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