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58일 만에 정경심 구속…법원 "범죄 혐의 소명, 증거 인멸 우려"

법원 "구속의 상당성 인정"

사모펀드 범죄 수익 은닉 등
정 교수에게 책임 있다고 판단
다수의 증거 조작·은폐 혐의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후 5시50분께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와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정 교수는 법원 출석 때와는 달리 오른쪽 눈에 안대를 했다. 연합뉴스
법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주요 혐의가 소명된다”며 24일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위법 투자 의혹 등 정 교수의 범죄 혐의가 법원에서도 인정됐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58일 만에 정 교수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정 교수의 범죄 혐의 가운데 최소 네 가지 이상에서 공범관계로 지목되고 있는 조 전 장관을 겨냥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法 “주요 혐의 소명…증거인멸 우려”송경호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정 교수의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밤늦게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했다. 송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오후 5시50분께 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정 교수는 곧바로 정식 수감 절차를 밟았다.

법원은 정 교수의 범죄 사실이 중대한 만큼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정 교수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사모펀드 투자처인 더블유에프엠의 주식을 차명으로 매입하고, 범죄 수익을 은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주요 자본시장 범죄에서 피의자가 범죄 수익을 의도적으로 숨긴 경우 가중 처벌 요소가 된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정 교수의 행위는)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성격이 아니다”고 밝혔다. 정 교수 측이 영장심사 과정에서 사모펀드 의혹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 씨의 주된 범행에 검찰이 자신을 ‘덧씌웠을 뿐’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법원은 검찰의 주장대로 정 교수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영장 발부 사유가 주거 불명,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 등인 만큼 정 교수에게 다수의 증거 조작과 증거인멸 의혹이 있었던 것도 이번 구속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사모펀드 투자운용보고서를 허위로 만드는 데 개입하는 등 증거인멸의 죄질이 나쁘다는 점을 송 부장판사에게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당초 정 교수가 뇌종양과 뇌경색을 앓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법원이 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불구속 결정을 내릴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법원은 정 교수가 수감생활을 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檢, 조만간 조국 소환할 듯

이제 검찰의 칼날은 조 전 장관을 직접 향할 전망이다. 조 전 장관은 정 교수가 자녀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아 입시에 활용하고, 검찰 수사 등에 대비해 증거를 없앴다는 혐의와 관련해 정 교수와 공범관계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자녀가 서울대 인턴증명서를 발급받을 당시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하며 공익인권법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검찰은 또 정 교수가 차명으로 주식을 보유한 시기에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만큼 직접투자를 금지하는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혐의를 두고 조 전 장관을 수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검찰은 조 전 장관에게 확인할 사항이 많은 만큼 소환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가 구속된 데다 ‘현직 장관 프리미엄’도 없어진 만큼 조 전 장관을 소환하는 데 대한 정무적 부담이 없다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재한 정 교수의 11가지 혐의 외 다른 혐의에 대한 조사도 추가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법조계에선 사모펀드와 사학재단(웅동학원) 의혹과 관련해 정 교수의 추가 혐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 씨가 지난해 8월 더블유에프엠에서 빼돌린 13억원 가운데 10억원이 정 교수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했지만 이번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는 이 같은 혐의를 포함하지 않았다.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의 동생이 연루된 웅동학원 채용비리 사건이 벌어질 당시 웅동학원 이사로 있기도 했다.

검찰은 피의자를 구속한 뒤 최장 20일 안에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검찰은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는 정 교수에 대한 수사를 모두 마무리하고 정 교수를 기소할 가능성이 크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