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라 논란'에 미 의회 출석한 저커버그, 집중 난타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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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2007년 이어 미 의회 두 번째 출석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미국 하원 의회에 출석해 집중포화를 맞았다.
난감한 질문엔 '묵묵부답'
혐오·폭력성 조장 지적엔 "완벽하지 않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미 하원 금융위원회가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리브라(Libra)' 사업 계획을 듣기 위해 마련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미 하원 의원들은 리브라의 위험성을 추궁함과 동시에 독점적 시장 지위로 인한 페이스북의 폐단, 정치광고 허용 등을 꼬집으며 저커버그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2007년 페이스북을 창업한 저커버그의 미 의회 청문회 출석은 지난해 4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청문회는 8시간 넘게 이어졌다.
저커버그는 "미 금융당국의 승인 없이는 리브라를 출시하지 않겠다"며 리브라 사업에 반대하는 미 하원 의원을 설득했지만 동의를 얻어내지 못했다.민주당 소속 맥신 워터스(캘리포니아) 금융위원장은 "(리브라가) 개인정보 보호, 거래 위험, 차별, 국가안보, 통화 정책, 글로벌 금융 시스템 안정과 관련해 수많은 우려를 고조시킨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뉴욕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 의원도 "우리가 리브라에 대한 결정을 하려면 민주주의와 관련한 페이스북의 과거 행동을 파헤쳐야 한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 출신의 매들린 딘 민주당 하원 의원은 "당신이 그림자 정부와 매한가지인 세계에서 가장 큰 은행을 만드는 걸 왜 의회와 규제 당국과 대중이 신뢰해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2016년 미 대선 당시 러시아발(發) 가짜뉴스와 허위광고가 페이스북에 도배됐고 이용자 수천만 명의 정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에 넘어갔던 일 때문에 페이스북을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저커버그는 지난해 4월 청문회에서 허위정보 및 극단적 메시지 전파와 이용자 개인정보 유용 등을 방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직 마땅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지난 17일 저커버그는 워싱턴DC 조지타운 대학 강연을 통해 "정치광고를 계속 허용하겠다"라고 말하며 정치적 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 역시 "페이스북이 내년 대선에 얼마나 준비가 안 돼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페이스북이 적극적으로 트럼프가 거짓과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것을 돕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워런 의원은 독점적 시장 지위를 갖는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의 해체를 주장하는 대표 주자다.
하원 흑인 의원 모임 부회장인 민주당의 조이스 비티(오하이오) 의원은 페이스북이 다양성과 민권 문제에 손 놓고 있다고 꾸짖었다.
비티 의원은 저커버그에게 "예스(yes) 혹은 노(no)로만 대답하라"면서 페이스북과 일하는 대형 로펌 중에서 소수인종 출신이나 여성이 소유한 회사가 몇 개인지, 얼마나 많은 여성과 소수인종 출신이 참여하는지 등을 질의했다.
저커버그의 침묵이 이어지자 비티 의원은 "끔찍하고 역겹다"며 "당신들은 차별받는 많은 사람의 삶을 망쳤다"라고 토로했다.한편 저커버그는 차별과 혐오, 폭력을 선동하는 발언이 페이스북에 넘쳐난다는 지적이 거듭되자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며 "많은 실수를 저지른다"고 답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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