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길의 경제산책]성장 추락의 원인을 밖에서만 찾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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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예정에 없던 경제장관회의를 갑자기 소집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해외 출장 중인 터여서 관심을 모았지요. 경제부처 수장이 부재 중인데도 대통령이 직접 경제 장관들을 불러모았기 때문이죠.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올해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광역교통망 조기 착공 등 건설투자를 확대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두 달 연속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했고 청년 고용률이 16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올 초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한 상생형 지역 일자리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등 여전히 낙관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지요.당초 일각에선 금주로 예정됐던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때문에 문 대통령이 경제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성장률 충격’이 예상되자 ‘예방 주사’를 놓으려 했던 것이란 분석이었죠.
한국의 3분기 성적표가 어제 공개됐습니다. 숫자는 매우 실망스러웠죠. 시장 추정치를 밑도는 0.4%에 그쳤습니다. 지금 추세라면 올해 2%대 성장은 불가능합니다. 저성장·고령화 시대라는 걸 감안해도 우리 잠재 성장률(2.4~2.5%)은 물론 세계 평균(3.0% 추정)을 한참 밑도는 건 문제가 있지요. 2017년 3.1%였던 성장률이 작년 2.7%에 이어 올해 1%대로 급전직하하는 속도 역시 이례적입니다.
산업화가 본격화된 1960년대 이후 국내 성장률이 2% 밑으로 추락한 건 단 세 차례밖에 없었습니다. 제2차 석유파동이 있던 1980년(-1.7%),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5.5%),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0.8%) 등이었죠. 올해는 석유파동,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커다란 외부 변수가 없었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큽니다. 일본처럼 장기 침체를 겪는 게 아니냐는 불안도 나오지요.원인은 복합적입니다. 주된 배경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함께 국내 소비·투자가 줄어든 게 첫 손에 꼽힙니다.
다만 정부가 경기 부진의 원인에 대해 외부로만 화살을 돌리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공무원 인건비 등을 제외한 관리대상사업 예산(임의로 쓸 수 있는 재정 지출)이 올해만 291조원에 달하기 때문이죠.
홍 부총리는 “중국 성장 둔화와 미·중 무역갈등 확산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집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했습니다. 민간소비가 크게 둔화된 데 대해선 “의류 등 준(準)내구재 소비가 줄었고 특히 여행 등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고 말했지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윤후덕 의원은 국정감사 질의 과정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내렸어야 했는데 최근 0.25%포인트만 낮췄다”며 ‘금리’를 탓하기도 했습니다.한국은행은 이색적인 원인을 찾아냈습니다. 박양수 통계국장은 “올여름 날씨가 선선해 의류 구매와 전기 사용이 덜했다. 원전 가동률 하락으로 부가가치가 낮아진 영향도 있다.”도 했지요. 여름 날씨가 예년만큼 더웠고, 원전 가동률만 높았다면 성장률이 달라졌을 것이란 얘기로 들렸습니다.
민간 전문가들은 다른 해석을 내놓습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017년 경기가 꺾이고 있을 때 성장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정부는 분배에 치중해왔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지 못한 것도 성장률 둔화의 원인”이라고 지적했지요.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와대와 정부가 유리한 통계만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경제를 걱정하면 가짜뉴스라고 비난하고, 안 좋은 지표는 외부요인 탓이라며 책임을 회피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017년에 3%대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불과 2년 만에 국가 위기 때나 겪던 1%대 성장률을 경험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비롯한 정부 정책의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부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겁니다.
이 와중에 올해 수출은 작년 대비 10%, 투자(외국인직접투자)는 20% 각각 감소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내년 상반기엔 회복할 것”이란 정부 장담과 달리 내년 경기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지요. 경기 예측력만 놓고 보면 올해는 정부가 완패를 했습니다.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고의로 외면하면, 엉뚱한 처방을 내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올해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광역교통망 조기 착공 등 건설투자를 확대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두 달 연속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했고 청년 고용률이 16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올 초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한 상생형 지역 일자리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등 여전히 낙관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지요.당초 일각에선 금주로 예정됐던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때문에 문 대통령이 경제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성장률 충격’이 예상되자 ‘예방 주사’를 놓으려 했던 것이란 분석이었죠.
한국의 3분기 성적표가 어제 공개됐습니다. 숫자는 매우 실망스러웠죠. 시장 추정치를 밑도는 0.4%에 그쳤습니다. 지금 추세라면 올해 2%대 성장은 불가능합니다. 저성장·고령화 시대라는 걸 감안해도 우리 잠재 성장률(2.4~2.5%)은 물론 세계 평균(3.0% 추정)을 한참 밑도는 건 문제가 있지요. 2017년 3.1%였던 성장률이 작년 2.7%에 이어 올해 1%대로 급전직하하는 속도 역시 이례적입니다.
산업화가 본격화된 1960년대 이후 국내 성장률이 2% 밑으로 추락한 건 단 세 차례밖에 없었습니다. 제2차 석유파동이 있던 1980년(-1.7%),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5.5%),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0.8%) 등이었죠. 올해는 석유파동,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커다란 외부 변수가 없었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큽니다. 일본처럼 장기 침체를 겪는 게 아니냐는 불안도 나오지요.원인은 복합적입니다. 주된 배경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함께 국내 소비·투자가 줄어든 게 첫 손에 꼽힙니다.
다만 정부가 경기 부진의 원인에 대해 외부로만 화살을 돌리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공무원 인건비 등을 제외한 관리대상사업 예산(임의로 쓸 수 있는 재정 지출)이 올해만 291조원에 달하기 때문이죠.
홍 부총리는 “중국 성장 둔화와 미·중 무역갈등 확산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집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했습니다. 민간소비가 크게 둔화된 데 대해선 “의류 등 준(準)내구재 소비가 줄었고 특히 여행 등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고 말했지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윤후덕 의원은 국정감사 질의 과정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내렸어야 했는데 최근 0.25%포인트만 낮췄다”며 ‘금리’를 탓하기도 했습니다.한국은행은 이색적인 원인을 찾아냈습니다. 박양수 통계국장은 “올여름 날씨가 선선해 의류 구매와 전기 사용이 덜했다. 원전 가동률 하락으로 부가가치가 낮아진 영향도 있다.”도 했지요. 여름 날씨가 예년만큼 더웠고, 원전 가동률만 높았다면 성장률이 달라졌을 것이란 얘기로 들렸습니다.
민간 전문가들은 다른 해석을 내놓습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017년 경기가 꺾이고 있을 때 성장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정부는 분배에 치중해왔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지 못한 것도 성장률 둔화의 원인”이라고 지적했지요.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와대와 정부가 유리한 통계만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경제를 걱정하면 가짜뉴스라고 비난하고, 안 좋은 지표는 외부요인 탓이라며 책임을 회피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017년에 3%대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불과 2년 만에 국가 위기 때나 겪던 1%대 성장률을 경험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비롯한 정부 정책의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부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겁니다.
이 와중에 올해 수출은 작년 대비 10%, 투자(외국인직접투자)는 20% 각각 감소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내년 상반기엔 회복할 것”이란 정부 장담과 달리 내년 경기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지요. 경기 예측력만 놓고 보면 올해는 정부가 완패를 했습니다.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고의로 외면하면, 엉뚱한 처방을 내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