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아빠차→오빠차' 그랜저…뜻은 여전히 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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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 기자의 [너의 이름은] 21번째현대자동차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가 다음달 부분 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티저 이미지를 공개했다. 기자들 사이에서 사실상 신차에 가깝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 부분 변경 앞둔 6세대 그랜저
▽ 'Grandeur' 높은 직위 앞에 쓰기도
▽ 발음 쉽지 않아 미국선 '아제라' 판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최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남양연구소 내 디자인센터에서 자동차 담당 기자단과 현대차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더 뉴그랜저' 디자인 프리뷰를 개최했다.이날 행사에서 발표를 맡은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 총괄 전무는 "더 뉴 그랜저에 과감한 혁신을 시도한 만큼 어떤 분들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 전무가 이렇게 말한 배경에는 더 뉴 그랜저에 녹아든 스포티 감성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그랜저는 '성공한 남자들이 타는 차' 혹은 '부자 아빠'가 타는 차량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때문에 차량 구매 소비자층이 중년 이상으로 한정돼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현대차는 이 같은 제약을 극복하고자 소비자층 확보를 위해 세대를 거듭하면서 진보적인 디자인을 강화했고 그 결과 구매 연령이 50대 이상의 중년에서 30~40대 남성으로 낮아지는 성과를 거뒀다. '아빠차'의 대명사에서 '오빠차'로의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하지만 그랜저라는 이름 뜻만큼은 여전히 '오빠차'와 거리가 멀다. 그랜저의 이름은 '장엄함', '웅장한', '장대한'이라는 뜻을 가진 영단어 'Grandeur'에서 따왔다. 이 단어의 접두어는 우리에게도 낯익은 'Grand'로써, 일부 영미 문화권에서는 높은 직위를 가진 사람의 호칭 앞에 'Grandeur'를 붙이기도 한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그랜저는 미국에서 '그랜저'라는 이름 대신 '아제라(Azera)'라는 이름으로 판매됐다는 것이다. 그랜저가 미국인들에게 발음하기 쉽지 않아 현대차 미국법인에서 차명으로 아제라를 적극 추천했고 현대차 본사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아제라는 이탈리아어로 '푸른색'을 뜻하는 '아주리(Azure)'와 시대를 뜻하는 영어 '에라(Era)'를 결합한 것이다. 종합하면 아제라는 '푸른 시대'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달라진 위상만큼 희망찬 미래를 더하고자 이 같은 이름을 지었던 것이다.1986년 첫 출시된 그랜저는 직선이 많아 각이 도드라져 보여 '각(角)그랜저'라고도 불렸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공식 스폰서였던 현대차가 일본의 미쓰비시자동차공업과 공동으로 개발하면서 탄생했다. 차체와 디자인은 현대차가, 엔진과 파워 트레인, 설계는 미쓰비시자동차공업이 담당한 것이 특징이다.이후 총 여섯 번의 완전 변경을 거치면서 완벽한 기술 독립을 이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고급 준대형차로 자리 잡았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인기도 더욱 높아지면서 2016년 11월22일 출시된 6세대 그랜저는 사전 계약 첫날에만 1만5973대가 계약되면서 역대 최고 사전 계약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SUV의 선풍적인 인기와 기아차 K7 프리미어의 인기에 밀려 점유율이 예전 같지 않지만 부분 변경을 통해 국내 대표 자동차로의 복귀를 기대하고 있다.이 전무는 더 뉴 그랜저에 대해 "현대차 디자이너들의 자신감이 물이 올랐다. 솔직히 부분 변경이라고 부르기 아까울 정도"라며 "새로운 그랜저는 준대형을 넘어 전체 세단 시장의 부흥을 이끌 차량"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그랜저는 현대차그룹의 자존심과도 같은 차량이기 때문에 이름이 바뀌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이름 자체가 올드한 느낌을 주지만 세대를 거듭할수록 그랜저라는 이름이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