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조카 "정경심 책임 떠넘기기 너무 화나"

첫 재판 뒤 변호인 통해 불만 표시
정경심, 구속적부심 청구 고려

지난 24일 구속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구속적부심 청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적부심이란 구속된 피의자가 법원의 구속 결정이 잘못됐으니 한 번 더 판단해달라고 신청하는 절차다.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되는 비율이 10%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를 얻지도 못하고 재판부에 안 좋은 인상만 남길 수 있다는 게 정 교수 측 고민이다.

기소되기 전에 청구해야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교수 측은 구속적부심 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다. 구속적부심 청구 취지에는 뇌종양과 뇌경색 등의 건강 문제로 구속 수사가 어렵다는 내용이 담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집과 연수실 등을 압수수색했고 소환조사도 일곱 차례를 한 만큼 증거인멸과 도망 우려가 없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정 교수 측은 구속적부심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구속적부심 청구 여부는 조만간 확인될 가능성이 크다. 형사소송법에서는 검찰이 구속 피의자에 대해 20일 안에는 기소하도록 하고 있는데 구속적부심은 기소 전에만 신청할 수 있다. 구속적부심이 청구되면 법원은 48시간 안에 정 교수를 심문하고 석방 여부를 결정한다. 영장실질심사에선 영장전담 판사가 단독으로 구속 여부를 결정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형사항소부 판사 3명이 합의해 구속 유지의 적정성을 판단한다. 구속적부심을 통해서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윤석열 협박 유튜버’ 김상진 씨 등이 구속에서 풀려났다.

법조계에선 정 교수가 구속적부심을 통과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대법원에 따르면 구속적부심 석방률은 해마다 떨어져 올해 9월에는 9.6%로 집계됐다. 불구속 재판 원칙이 자리 잡으면서 법원이 구속 여부를 깐깐하게 심사하기 때문에 결과가 쉽게 뒤집히지 않고 있다는 게 법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구속적부심을 신청했다가 기각되면 정식 공판에서 재판부가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정 교수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말에도 조국 찬반 집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이날 정 교수를 구속한 이후 처음으로 구치소에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더블유에프엠 주식을 매입할 때 조 전 장관 계좌에서 수천만원이 정 교수 측으로 이체된 정황을 포착하고 사모펀드 위법 투자 의혹에 조 전 장관이 관여했는지 여부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중앙지범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조범동 씨의 첫 재판을 열었다. 재판이 끝난 뒤 조씨의 변호인은 정 교수 측이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조씨 범행에 ‘덧씌워졌다’고 말한 데 대해 “자신들은 죄가 없는데도 남(조씨)의 죄를 덮어썼다는 얘기인데, 너무 화가 났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주말인 26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조 전 장관 일가의 수사를 둘러싸고 찬반 집회가 열린다.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검찰개혁 촉구 집회를 개최한다. 서울 서초역 인근에서도 정 교수의 석방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린다.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 보수단체들은 광화문 인근에서 ‘조국 구속’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인혁/배태웅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