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강산 시설물 철거해가라" 일방 통보

통일부·현대그룹에 통지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완공을 앞둔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장을 50여 일 만에 방문해 이곳 야외 온천장에서 관계자들에게 ‘우리식 건축’을 강조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조선중앙통신이 25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25일 통일부와 현대그룹에 “금강산 지구에 국제관광문화지구를 새로 건설하겠다”고 통보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을 방문해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발언한 지 이틀 만이다. 우리 정부는 일단 북한과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에 나설 방침이지만 금강산 시설의 우리 측 소유권을 지킬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해 고심 중이다.

김정은, 양덕온천에서 또 대남 비난북한은 이날 ‘금강산 국제관광국’ 명의로 이같이 통지문을 보냈다. 또 “합의되는 날짜에 (남측) 당국과 민간기업이 설치한 시설을 철거해 가기 바란다”며 “실무적 문제들은 문서 교환 방식으로 합의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강산 국제관광국은 그동안 북한 매체에 등장하지 않았던 조직이다. 그동안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실무 운영은 ‘금강산 국제관광 특구지도국’ ‘금강산 국제관광 특구관리위원회’가 맡아 왔다. 김정은이 금강산 관광 사업을 독자적으로 재편성하기로 하면서 새로 꾸린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보도에서 김정은이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장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그는 “금강산 관광지구와 정말 대조적”이라며 “적당히 건물을 지어놓고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한 자본주의 기업들의 건축과 근로인민 대중의 요구와 지향을 구현한 사회주의건축의 본질적 차이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북한이 협의를 제안하면서 문서 교환 방식을 거론한 이유는 우리 측과 직접 대면은 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개인 관광사업을 독자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김정은의 강력한 의사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금강산 관련 후속 조치에 주목

통일부는 “달라진 환경을 충분히 검토하며 금강산 관광의 창의적 해법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실무적인 문제는 (방북) 인원이나 일정을 통상적으로 이야기한다”며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서는 일단 당국 간 만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현대그룹 측은 “오늘 현대아산도 통일부로부터 북한이 보낸 통지문을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또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통일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강산 내 우리 측 시설에 대한 북측의 과거 조치가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그룹과 북한 조선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1998년 ‘금강산 관광사업에 관한 합의서’ 등을 체결했다. 이 합의에 따라 현대아산은 5597억원을 내고 50년 독점 사업권을 따냈다. 또 2268억원을 들여 해금강호텔, 온정각 등 관광시설을 지었다. 총 투자 규모는 7865억원이다. 아난티도 2008년 금강산 고성봉 168만㎡ 대지에 850억원을 들여 골프장과 온천리조트를 지었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 중단 당시 북한은 한국 정부 소유 자산을 몰수하고 현대아산 등 민간 자산은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2011년 4월에는 현대아산의 사업권을 취소하기도 했다.한국 정부와 현대아산 등은 북한의 이런 조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업권과 건물 소유권 등을 모두 1998년 합의대로 보유하고 있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한이 해당 시설을 철거하면 대응할 수 있는 마땅한 ‘카드’는 없다는 분석이다. 사업권이나 건물 등을 국내법에 따라 등기할 수 없기 때문에 소유권을 보호받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이미아/강현우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