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에 감동 한 스푼…예능 '결'이 달라졌다

'놀면 뭐하니'
드러머 도전한 국민 MC 유재석

태극기함 팔고 바다 오염 막는
'같이 펀딩'
MBC ‘같이 펀딩’. MBC 제공
관찰예능과 먹방의 홍수 속에 최근 들어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색다른 시도를 하는 가치 중심 예능이다. 출연자들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일에 도전하고 몰랐던 사실을 배워나간다. ‘놀면 뭐하니?’ ‘같이 펀딩’ ‘선을 넘는 녀석들’ 등 MBC 예능이 이런 흐름을 이끌고 있다.

MBC가 지난 7월 시작한 ‘놀면 뭐하니?’는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유재석(사진)이 다시 만나 선보이는 예능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빛을 발한 것은 ‘유플래쉬’ 프로젝트. 드럼에 문외한인 유재석이 얼떨결에 만든 8비트는 이적, 유희열을 시작으로 윤상, 폴킴, 헤이즈, 다이나믹 듀오, 픽보이 등의 손을 거쳐 ‘놀면 뭐해?’ ‘눈치’ ‘헷갈려’ 등의 곡으로 탄생했다. 유재석은 의외의 박자감을 자랑하며 ‘드럼 신동’ 소리도 들었다. 유재석이 뮤지션들과 연 ‘드럼 독주회’에는 방청 응모자가 2만7000명에 달했다.
26일 방송에서는 유재석이 고(故) 신해철의 미발표곡 ‘아버지와 나 파트3’를 연주한다. 유재석의 도전은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데뷔를 준비하는 ‘뽕포유’ 프로젝트로 이어진다.

8월 시작한 ‘같이 펀딩’ 역시 김태호 PD가 연출을 맡아 기대를 모았다. 스타들이 쓸모없이 보였거나 하찮게 여겨졌던 유무형의 ‘가치’를 발견하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시청자와 함께 상품화하는 예능이다.지금까지 진행한 펀딩 중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배우 유준상의 ‘태극기함 펀딩’이다. 유준상은 태극기에 대한 인식 개선과 태극기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들과 함께 실용적인 태극기함을 제작했다. 1~3차 펀딩에서 준비한 수량은 순식간에 마감됐고, 4차 펀딩에서 준비한 2만 개, 홈쇼핑을 통해 준비한 1만 개도 매진됐다.

이어지는 프로젝트는 낙과 피해 농가를 돕는 ‘같이 사과’와 플라스틱으로 인한 바다 오염을 막자는 ‘바다 같이’다. 이처럼 ‘같이 펀딩’은 관심 밖의 일에서 새로운 가치를 재발견하는 기쁨과 흐뭇함을 선사한다.

‘선을 넘는 녀석들’은 국경을 접한 두 나라의 역사, 문화, 예술을 탐방하는 콘셉트로 지난해 시작했다. 여행예능은 통상 국내에서 잘 되면 외국으로 나간다. ‘선을 넘는 녀석들’은 반대였다. 해외를 다룬 시즌1보다 국내에서 펼쳐진 시즌2 한반도편, 시즌3 리턴즈가 더 화제가 됐다. 설민석 전현무 등은 부산, 한산도, 울돌목, 공동경비구역(JSA) 등 한반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돌아봤다. 몰랐던 역사를 함께 배우는 과정이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다.김연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오락 위주였던 예능이 시사·교양프로그램의 역할이었던 공익적 가치 실현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며 “지루하고 어려워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외면했던 시청자들이 의미를 한 스푼 넣어 재미있는 예능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bell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