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도 훈풍…달리는 '반도체 쌍두마차' 올라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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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긍정론 - 신중론 팽팽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을 놓고 투자자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이 13분기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음에도 주가는 오히려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로 ‘한발 앞선 투자’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금이 살 때’라는 긍정론과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글로벌 IT주 사상 최고치25일 SK하이닉스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900원(3.62%) 오른 8만2900원에 장을 마쳤다. 하반기 들어 상승폭만 19.28%에 달한다. 전날 우울한 실적 발표도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오히려 예상했던 것보다 선방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4726억원으로 전년 대비 92.7% 줄었지만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보다 17.4% 많았다. 이달 들어서만 삼성증권 KB증권 대신증권 등 7개 증권사가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올려 잡았다.
반도체지수 상승에 마이크론 ↑
반도체 경기가 올해 바닥을 찍고 내년부터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세가 멈춘 가운데 반도체 3대 소비시장으로 꼽히는 스마트폰, PC, 데이터센터 등에서 동시다발적인 수요 회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올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에는 8기가바이트(GB) 이상의 고성능 D램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대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업체인 인텔과 AMD가 ‘치킨 게임(가격 경쟁)’에 돌입한 것도 긍정적이다. 고성능 CPU 가격 하락으로 PC 교체 수요가 늘면 D램 매출이 덩달아 증가하기 때문이다. 윈도7 서비스 종료 시한(2020년 1월 14일)이 다가오면서 기업 및 관공서 PC 교체 수요도 커질 전망이다.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것 같지만 경험으로 볼 때 상승 구간의 초입 단계”라며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11만원으로 제시했다.미국 정보기술(IT)주들이 연일 급등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등 주요 IT주가 포함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지난 18일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도 2.47% 상승했다. 다우산업지수가 0.11%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독 IT주만 초강세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0년 1월부터 최근까지 코스피 IT지수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상관계수는 0.66에 달한다”며 “한국 IT주도 계속 상승 곡선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수요 회복 기대 너무 앞서가”
증권가에서는 반도체주의 턴어라운드 시점을 2020년 2분기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년 2분기 영업이익 1조원대를 회복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7조8000억원으로 올해 2분기보다 18.9% 늘어날 전망이다.그럼에도 턴어라운드 시점이 더 늦어질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수요 기대가 너무 앞서가고 있다”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라인 효율화 작업 이후 투입된 웨이퍼가 늘어나고 있어 재고 부담이 재점화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내년 2분기 적자를 기록한 뒤 이후 완만한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목표 주가는 8만4000원으로, 단기간 급등한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정준 JP모간 리서치센터장도 “높은 재고율에 비해 수요 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다”고 진단했다. 연말쯤 다시 한 번 매수 기회가 올 것이란 게 신중론자들의 시각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