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세상] "자면서 살 빼는 운동법" 유튜브 영상 믿어도 될까요

직장인 배모(36)씨는 최근 퇴근 후 운동을 시작했다.

헬스장 대신 집에서 하는 그의 운동 코치는 유튜브다. 배씨는 "퍼스널 트레이닝(PT)을 이용하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회당 4만∼5만원인 비용이 부담스러웠고, 운동 초보자여서 주변 시선도 신경이 쓰였다"며 "유명 운동 유튜버의 채널을 구독하고 운동법을 따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에서 혼자 운동하는 홈트레이닝(일명 '홈트')이 유행하면서 운동과 관련한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는 운동 방법을 다이어트 등에 효과적이라고 홍보하는 콘텐츠도 다수 양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는 동안 살이 빠지는 운동법을 알려준다는 영상이 최근 큰 인기를 끈 것이 단적인 예. 운동 유튜버 A씨는 "자기 전에 10분만 따라 하면 취침 중 혈액 순환이 활성화되면서 저절로 칼로리가 소모된다"며 특정 동작을 소개했다.

그는 "이 운동을 매일 해서 8kg을 감량한 사람이 정말로 있었다"고 주장했다.

영상을 접한 네티즌은 '실제로 가능한 일인지 의문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인터넷 커뮤니티 인스티즈 이용자 B씨는 "앉아서 간단한 동작만 따라 하면 살이 빠진다는 데 정말 효과가 있는 거냐"고 되물었다.

평소 운동 유튜브를 즐겨본다는 원모(29)씨는 "지난해만 해도 5분 운동이라는 제목을 단 영상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4분 운동법, 3분 운동법 등 점차 시간이 줄고 있더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유튜버 A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무릎이나 허리 등이 좋지 않아서 중량 운동(덤벨이나 바벨 등 무거운 기구를 이용한 근력 운동)을 하기 힘든 이들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이라며 "단순히 한번만 보고 끝내는 게 아니라 꾸준히 따라 한다면 언젠가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운동법에 대해 지적하는 댓글도 있지만, 그보다는 (도움이 됐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며 "조회 수가 꾸준히 오른다는 것은 이 운동을 보고 반복적으로 따라 하는 구독자가 많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유튜버가 소속된 피트니스센터 관계자는 "'눕방운동'이란 말 그대로 표현의 하나일 뿐이다.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고 주장했다.

8kg 감량이 실제로 가능한지 여부를 묻자 그는 "이 운동과 식단 조절을 병행해서 이뤄낸 결과"라고 답했다.

그러나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는 구체적인 운동 빈도나 기간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른데 어떻게 일괄적으로 얘기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유튜브 채널에서는 "5분 동안 누워만 있어도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일명 '눕방 운동'을 알려주겠다"며 "알려주는 동작 대로만 한다면 허리둘레가 3cm 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짧고, 간단하고, 쉽지만 운동 효과는 크다고 홍보하는 영상은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9월 한달간 '5분 운동'이라는 키워드가 달려 게시된 영상은 100건이 훌쩍 넘는다.

사무실에서 짬 내서 하는 스트레칭 등의 실용적인 정보를 담은 콘텐츠도 있지만 '5분만에 허리둘레 3cm 줄어드는 운동', '숨만 쉬었는데 뱃살 빠지는 5분 호흡법' 등 과장된 제목으로 시선을 끈다는 의심을 받는 내용도 있다.
전문가들은 과장된 운동 효과를 경계한다.

김경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성인이 지방 1kg을 빼려면 약 7천 칼로리를 태워야 하는데 취침 전 잠깐의 운동으로 자면서 살을 뺀다는 설명은 과장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팔뚝이나 뱃살 등 특정 부위만 살을 빼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훈련을 통해 특정 부위의 근육을 단련하는 것과는 개념이 아예 다르다"고 했다.

보디빌더 출신이자 경기도에서 20년 가까이 대형 헬스장을 운영하는 변모 대표도 '눕방 운동'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해당 영상을 시청한 변 대표는 "이 운동으로는 많아야 50 칼로리 정도가 소모될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리 자주 따라 한다고 해도 얼마나 살이 빠질지 의문"이라며 "게다가 자기 직전에 하는 운동은 심박 수와 체온을 올려 숙면에도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자기 전에 체온을 올리는 것으로 다이어트가 가능하다면 실내 난방 온도를 높인 뒤에 잠들어도 살이 빠진다는 의미냐"라고 반문했다.

유튜브를 이용한 '홈트'의 문제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권만근 한국체대 체육학과 교수는 "허리가 약한 사람, 어깨가 굽은 사람, 유연성이 떨어지는 사람 등 각기 다른 신체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올바른 코칭이란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개개인에게 맞는 운동법을 가르치는 것인데 홈트로는 부족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1분마다 4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업로드될 정도(2017년 기준)로 경쟁이 치열한 유튜브 시장에서 눈에 띄려고 경쟁하다 보니 생긴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의 한 대형 피트니스 센터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는 김모(34)씨는 지난해 초 운동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지만 얼마 전 계정을 폐쇄했다.

오프라인에서 회원들에게 가르친 대로 '운동할 때 주의할 점'이나 '6개월 동안 건강한 몸만들기' 등을 담은 콘텐츠를 올렸지만 이용자에게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제야 과장된 운동법을 홍보하는 다른 유튜버가 이해됐다"며 "조회 수가 어느 정도는 나와야 채널 운영도 이어갈 수 있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