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유영철, 강호순, 이춘재, 조두순…한국의 연쇄살인범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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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한국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손꼽혔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특정지어졌다.
그는 바로 1994년 자신의 처제를 잔혹하게 강간 살해한 혐의로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26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한국의 연쇄살인범 유영철, 강호순, 이춘재, 조두순에 대해서 심층 분석해본다.
이춘재 어린 시절을 잘 아는 주민들, 그리고 교도소에서 함께 수감 생활을 했던 동기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조용하고 평이한 성격이었다고 증언했다. 한 마디로,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잔혹한 범죄의 용의자가 평범한 이웃이었다는 증언이 모두를 충격에 빠뜨린 가운데 우리는 15년 전 한 사람의 예언에 주목했다.
#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 이춘재. 그리고 2004년, 한 연쇄살인범의 예언연쇄살인범 이춘재에 대해 정확하게 예언했던 한 사람. 그는 무려 20명을 살해한 또 다른 연쇄살인범, 유영철이었다.
유영철은 2004년 한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화성 연쇄살인범은 이미 사망했거나 아니면 교도소에 수감 중일 것이다. 스스로 살인을 멈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즉, '살인 중독'이다”라고 말했다.
가까이서 이춘재를 지켜봐 왔지만 그의 실체를 알지 못했던 사람들의 증언, 단 한 번도 그를 마주치지 않았지만 정확하게 꿰뚫어 본 유영철의 예언. 그 증언과 예언 사이의 어떤 지점에서 연쇄살인범이 태어난 것일까? 2000년에서 2009년까지, 10년간 한국을 공포에 빠뜨렸던 동년배 연쇄살인범 정두영,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이들에 대해서도 이춘재 못지않게 많은 증언과 예언이 쏟아져 나왔던 때가 있었다. 도대체, 평범한 남성이었던 그들은 왜 52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 되었을까? 살인은 정말, 유영철의 말처럼 ‘중독’되는가?
# 연쇄살인범, 그들은 어떤 사람이었나?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사건 당시 이들 4인을 검거하고 자백을 이끌어낸 담당 형사 4인을 비롯, 동네 이웃과 동창 등 다수의 지인을 만났다. 이들의 증언을 통해 그려나간 연쇄살인범의 얼굴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세상에 비친 ‘악마’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교도소 관계자들과 동료 수감자들이 들려준 이들의 근황 또한 놀라웠다. 연쇄살인범이라는 이름을 완전히 지워버린 채 소탈하게 지내는 강호순, 이춘재부터 2016년 탈옥을 시도했던 정두영, 교도소 내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정남규. 한편 그와 달리, 교도관의 팔을 부러뜨리거나 라면을 끓여오라며 난동을 부린다는 유영철까지...
오랜 교도소 생활에도 불구하고 유영철이 지속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데 유영철이 제작진의 접견 신청을 수락했다. 공식적으로 언론과 성사된 첫 접견이었다. 십분 남짓의 짧은 접견에서 유영철은 마치 찾아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15년 전 자신의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에 대한 예견과 이춘재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전문가 4인이 분석한 '연쇄살인범'‘살인은 중독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전문가 4인과 MC 김상중이 최초로 한자리에 모였다. 범죄심리학자 표창원 의원,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 한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박지선 교수, 그리고 오랜 기간 연쇄살인범을 추적해 온 MC 김상중.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일단 시작하면 이것(살인)은 끊기가 무지하게 어렵다는 거죠. 스릴을 만끽하고 싶은 그 욕망,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그 정도의 스릴을 느껴본 적이 없잖아요”라고 그 중독성을 전했다.
이들 전문가는 1968-70년생인 정두영,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4인이 나고 자란 사회적 배경부터 범행 이전의 삶을 되짚어보았다. 이 과정에서 한국에서 ‘연쇄살인’이라는 범죄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들의 범행이 정말로 막을 수 없는 ‘중독’이었는지 각자의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제작진이 이들의 교도소 동기, 종교 관계자, 교정위원을 만나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 이들이 자신의 범죄 행적에 대해 가진 생각이 무엇인지 분석했다.
네 명의 범죄자를 직접 면담했던 전문가 4인, 그들이 제시한 연쇄살인범의 출현을 막을 방안은 무엇일지는 방송에서 공개된다.
# 하나둘 드러나는 여죄, 그 뒤에 숨어있던 악마의 얼굴을 비추다
최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이춘재를 피의자로 정식 입건한 가운데, 그에 대한 현행법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지난달 화성연쇄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라는 특별법이 발의되자, 이에 더불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이춘재에 대한 신상공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공소시효가 끝나 현실적으로 처벌이 어렵다해도, 지난 33년간 미제로 남은 사건인 만큼 국민적 공분이 크다. 특히 이춘재는 8차 사건, 초등생 실종 사건 등을 추가로 자백하며,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던 여죄가 드러나며 더욱 신상공개 요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교도소 수감자 동기들로부터 이춘재를 비롯해 정두영,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의 최근 사진을 단독 입수했다. 더불어, 2008년 12월 아동을 잔혹하게 성폭행하고 영구 장애를 입힌 후 내년이면 출소할 아동성폭행범 조두순까지... 이들을 실제로 만났던 4인의 전문가들은 그들의 현재 얼굴을 보고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며 ‘너무 편안한 느낌이라 불편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26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특집 1188회에서는, 제작진이 유영철, 강호순을 실제로 접견한 내용과 단독 입수한 연쇄살인범 4인·이춘재·조두순의 최근 사진을 공개하며 흉악범의 마지막을 이야기한다. 또한 오랜 기간 ‘그것이 알고 싶다’와 함께해 온 전문가 4인이 한자리에 모여서 한국의 연쇄살인범들을 짚어보며, 이들의 범죄가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에 대해 고민해본다.
한편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52)씨는 "지금이라도 이춘재가 자백을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윤 씨는 26일 오후 1시30분쯤 자신의 재심 청구를 돕는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했다.
"그가 자백을 안 했으면 이런일도 없을 것이고 내 사건도 묻혔을 것입니다. (자백을 한) 이춘재에게 고맙게 생각합니다. 이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이춘재의 고백이 아니었다면 평생 살인자의 굴레를 벗을 기회조차 잡을 수 없었던 윤 씨의 말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그는 바로 1994년 자신의 처제를 잔혹하게 강간 살해한 혐의로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26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한국의 연쇄살인범 유영철, 강호순, 이춘재, 조두순에 대해서 심층 분석해본다.
이춘재 어린 시절을 잘 아는 주민들, 그리고 교도소에서 함께 수감 생활을 했던 동기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조용하고 평이한 성격이었다고 증언했다. 한 마디로,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잔혹한 범죄의 용의자가 평범한 이웃이었다는 증언이 모두를 충격에 빠뜨린 가운데 우리는 15년 전 한 사람의 예언에 주목했다.
#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 이춘재. 그리고 2004년, 한 연쇄살인범의 예언연쇄살인범 이춘재에 대해 정확하게 예언했던 한 사람. 그는 무려 20명을 살해한 또 다른 연쇄살인범, 유영철이었다.
유영철은 2004년 한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화성 연쇄살인범은 이미 사망했거나 아니면 교도소에 수감 중일 것이다. 스스로 살인을 멈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즉, '살인 중독'이다”라고 말했다.
가까이서 이춘재를 지켜봐 왔지만 그의 실체를 알지 못했던 사람들의 증언, 단 한 번도 그를 마주치지 않았지만 정확하게 꿰뚫어 본 유영철의 예언. 그 증언과 예언 사이의 어떤 지점에서 연쇄살인범이 태어난 것일까? 2000년에서 2009년까지, 10년간 한국을 공포에 빠뜨렸던 동년배 연쇄살인범 정두영,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이들에 대해서도 이춘재 못지않게 많은 증언과 예언이 쏟아져 나왔던 때가 있었다. 도대체, 평범한 남성이었던 그들은 왜 52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 되었을까? 살인은 정말, 유영철의 말처럼 ‘중독’되는가?
# 연쇄살인범, 그들은 어떤 사람이었나?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사건 당시 이들 4인을 검거하고 자백을 이끌어낸 담당 형사 4인을 비롯, 동네 이웃과 동창 등 다수의 지인을 만났다. 이들의 증언을 통해 그려나간 연쇄살인범의 얼굴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세상에 비친 ‘악마’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교도소 관계자들과 동료 수감자들이 들려준 이들의 근황 또한 놀라웠다. 연쇄살인범이라는 이름을 완전히 지워버린 채 소탈하게 지내는 강호순, 이춘재부터 2016년 탈옥을 시도했던 정두영, 교도소 내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정남규. 한편 그와 달리, 교도관의 팔을 부러뜨리거나 라면을 끓여오라며 난동을 부린다는 유영철까지...
오랜 교도소 생활에도 불구하고 유영철이 지속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데 유영철이 제작진의 접견 신청을 수락했다. 공식적으로 언론과 성사된 첫 접견이었다. 십분 남짓의 짧은 접견에서 유영철은 마치 찾아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15년 전 자신의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에 대한 예견과 이춘재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전문가 4인이 분석한 '연쇄살인범'‘살인은 중독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전문가 4인과 MC 김상중이 최초로 한자리에 모였다. 범죄심리학자 표창원 의원,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 한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박지선 교수, 그리고 오랜 기간 연쇄살인범을 추적해 온 MC 김상중.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일단 시작하면 이것(살인)은 끊기가 무지하게 어렵다는 거죠. 스릴을 만끽하고 싶은 그 욕망,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그 정도의 스릴을 느껴본 적이 없잖아요”라고 그 중독성을 전했다.
이들 전문가는 1968-70년생인 정두영,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4인이 나고 자란 사회적 배경부터 범행 이전의 삶을 되짚어보았다. 이 과정에서 한국에서 ‘연쇄살인’이라는 범죄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들의 범행이 정말로 막을 수 없는 ‘중독’이었는지 각자의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제작진이 이들의 교도소 동기, 종교 관계자, 교정위원을 만나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 이들이 자신의 범죄 행적에 대해 가진 생각이 무엇인지 분석했다.
네 명의 범죄자를 직접 면담했던 전문가 4인, 그들이 제시한 연쇄살인범의 출현을 막을 방안은 무엇일지는 방송에서 공개된다.
# 하나둘 드러나는 여죄, 그 뒤에 숨어있던 악마의 얼굴을 비추다
최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이춘재를 피의자로 정식 입건한 가운데, 그에 대한 현행법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지난달 화성연쇄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라는 특별법이 발의되자, 이에 더불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이춘재에 대한 신상공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공소시효가 끝나 현실적으로 처벌이 어렵다해도, 지난 33년간 미제로 남은 사건인 만큼 국민적 공분이 크다. 특히 이춘재는 8차 사건, 초등생 실종 사건 등을 추가로 자백하며,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던 여죄가 드러나며 더욱 신상공개 요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교도소 수감자 동기들로부터 이춘재를 비롯해 정두영,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의 최근 사진을 단독 입수했다. 더불어, 2008년 12월 아동을 잔혹하게 성폭행하고 영구 장애를 입힌 후 내년이면 출소할 아동성폭행범 조두순까지... 이들을 실제로 만났던 4인의 전문가들은 그들의 현재 얼굴을 보고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며 ‘너무 편안한 느낌이라 불편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26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특집 1188회에서는, 제작진이 유영철, 강호순을 실제로 접견한 내용과 단독 입수한 연쇄살인범 4인·이춘재·조두순의 최근 사진을 공개하며 흉악범의 마지막을 이야기한다. 또한 오랜 기간 ‘그것이 알고 싶다’와 함께해 온 전문가 4인이 한자리에 모여서 한국의 연쇄살인범들을 짚어보며, 이들의 범죄가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에 대해 고민해본다.
한편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52)씨는 "지금이라도 이춘재가 자백을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윤 씨는 26일 오후 1시30분쯤 자신의 재심 청구를 돕는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했다.
"그가 자백을 안 했으면 이런일도 없을 것이고 내 사건도 묻혔을 것입니다. (자백을 한) 이춘재에게 고맙게 생각합니다. 이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이춘재의 고백이 아니었다면 평생 살인자의 굴레를 벗을 기회조차 잡을 수 없었던 윤 씨의 말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