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주한佛대사 "한국어 독학중 부임…문화교류가 협력 근간"

연합뉴스와 취임 첫 인터뷰…"한국은 외교정책 공유하는 중요한 국가"
"내년 마크롱 대통령 국빈 방문 준비"…"北 CVID해야·남북대화 지속 중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프랑스에서 150만 관객을 동원했죠. 한국과 프랑스 간 언어·영화·출판·게임 산업 등 문화 협력을 강화하는 게 목표입니다. "
필립 르포르 신임 주한 프랑스대사는 지난 25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 대사관저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1일 부임한 르포르 대사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문화 교류야말로 양국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근간이자 정치·경제 협력 등 모든 것의 토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에서 한류 문화가 매우 크게 성공했다"면서 프랑스에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 음식, 화장 방식 등 K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높다고 한다.

르포르 대사는 "수치를 확신할 순 없지만, 프랑스에서 중국어나 일본어보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 수가 더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3∼15살 정도의 청소년들이 한국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데, 이는 한불관계 발전에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르포르 대사 본인도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그는 "한국어를 공부한 지 1년 정도 됐다"면서 "한국 부임이 확정되기도 전부터 혼자서 앱을 통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임 뒤에도 통역관의 도움을 받으면서 꾸준히 한국어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그간 진지하게 한국어를 공부하는 주한 프랑스 대사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르포르 대사는 한국과 주요 글로벌 이슈에 있어 공조를 강화하기를 원했다.

그는 "안전과 평화, 기후 변화 대응, 4차 산업혁명으로의 전환 등 세계 공동 목표에서 한국이 중요하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한국은 프랑스가 우선 과제로 삼은 다양한 외교 정책을 공유할 수 있는 중요한 국가"라고 강조했다.

경제협력도 그가 신경 쓰는 분야다.

르포르 대사는 "한국 기업들이 프랑스에 진출해 투자하기를 기대한다"며 "양질의 노동력, 천연자원, 유럽 전역에 연결된 운송수단 등 이점을 누렸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르포르 대사는 이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한국 국빈 방문이 내년에 이뤄질 것"이라며 양국 간 정치협력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6·25전쟁 발발 70주년인 내년 한국과 다양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프랑스는 당시 전쟁에 3천421명을 파병했으며, 이 중 262명이 전사했다.

그는 "20세기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한국전쟁에 대한 살아있는 기억들을 한데 모으고 가치를 부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르포르 대사는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히는 한편 남북대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북한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위한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북한의 미사일과 핵확산에 대해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인다면, 그 파장은 아시아를 넘어 국제 안보 전체에 심각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이 지속해서 유연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현 상황이 끝나고 언젠가 통일이 되기를 희망하고 또 상상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