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 "魚市場은 서민 삶·시대 표정을 보여주죠"

사진집 펴낸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

민간 전문가 출신 첫 해양박물관장
세계 어시장 답사 10년 기록 엮어
“어시장은 수산경제의 중심이자 삶과 애환, 시대상이 담긴 장소입니다.”

자신의 첫 사진집 <세계의 어시장>을 펴낸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64·사진)은 “수산경제를 움직이는 어시장은 음식점 주인부터 밥상을 준비하는 가정주부까지 많은 사람이 찾는 공간”이라며 “어시장의 비린내와 질퍽거림 속에 숨어 있는 묘한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주 관장은 50여 권의 책을 펴낼 정도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역사민속학자이자 해양문화 전문가다. 제주대 석좌교수, 해양수산부 해양르네상스위원장, 국제해양문화위원회 한국 대표, 해양문화연구원 원장 등을 지냈다. 베스트셀러 <우리문화의 수수께끼>를 포함해 <등대의 세계사> <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 <환동해 문명사> <적도의 침묵> 등을 펴냈다.

<세계의 어시장>은 주 관장의 첫 사진집이다. 10년 동안 인도양, 아라비아해, 벵골만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어시장을 답사하며 찍은 사진 140여 점이 수록돼 있다. 책의 부제는 ‘어시장 풍경과 물고기의 표정’이다. 물고기의 표정을 통해 그 지역의 해양 생태계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시장 풍경과 분주한 상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포착했다는 평가다.

“아라비아해 오만에서 스와힐리 바다에 걸친 탄자니아와 케냐의 어시장이 기억에 남습니다. 페르시아문명, 아프리카문명 등이 공존하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죠. 젊은 상인들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다니며 활력을 불어넣는 미국 시애틀의 어시장도 매력적이었죠.”40여 년간 찍어온 사진은 전문가 수준이다. “척박한 오지에서 홀로 기록을 남기려면 사진은 필수”라는 게 주 관장의 설명이다. 그는 “해외 대학의 인류·민속학 수업에서는 반드시 사진 관련 필수 학점을 요구할 정도로 사진은 인류·민속학의 오랜 동반자”라며 “신문 연재 기사와 저술에 나오는 사진도 대부분 직접 찍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민간 전문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국립해양박물관장에 취임했다. 2012년 문을 연 국립해양박물관은 관람객, 인력 등에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큰 박물관이다. 개관 이후 860만 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국립해양박물관을 찾았다. 지난 1일 시작한 ‘고해도 속의 우리 바다’를 비롯해 올해 말까지 ‘등대-천년의 불빛, 빛의 지문’ ‘독도 바다사자, 강치’ 등의 기획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후발주자인 한국은 영국 그리니치국립해양박물관 등 세계 유명 해양박물관을 적극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립해양박물관을 리모델링해 특별기획전시관 등을 확충하고 그동안 공개하지 못한 유물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입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