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전망대] 커지는 '일본식 불황' 우려…3개월 연속 '마이너스 물가' 나올까

오상헌 경제부 차장
지난주 경제계를 달군 메인 뉴스는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였다. 전 분기 대비 0.4%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설마’ 했던 올해 1%대 성장이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내려놓지 않지만,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본과 같은 ‘L자형’ 장기 불황에 들어선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주에는 저성장·저물가의 늪에 빠져든 한국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들이 속속 나온다. 먼저 한국경제연구원과 한은이 28일(월)과 29일(화) 각각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발표한다. 실물경제를 담당하는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를 알아볼 수 있는 통계다. 지난달까지 17개월 연속 ‘부정적’으로 나온 기업 경기전망(한경연 조사)에 변화가 생겼는지가 포인트다. 기업들의 부정적인 심리를 돌려세울 만한 ‘한방’이 없는 만큼 ‘좋은 숫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바통은 통계청이 이어받는다. 31일(목) 나오는 9월 산업활동동향에선 생산·투자·소비 지표가 5개월 만에 동반 상승한 8월의 흐름이 이어졌을지를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8월 성적표는 예년보다 한 달가량 이른 ‘추석 효과’에 힘입은 측면이 컸던 만큼 상승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같은 날(31일) 삼성전자는 3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한다. 앞서 지난 8일 공개한 잠정 영업이익은 7조7000억원이었다. 사상 최대였던 작년 3분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시장 예상은 소폭 웃돌았다. 관심은 삼성이 이날 콘퍼런스콜을 통해 내놓을 반도체 시장 전망에 쏠려 있다. 업계에선 24일 SK하이닉스가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삼성전자도 어느 정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체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 작년 12월부터 계속된 ‘마이너스 수출 행진’을 끊는 데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반도체가 조금 나아진다고 당장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서는 건 아니다. 다음달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10월 수출실적은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관세청이 집계한 이달 1~20일 수출실적이 작년 동기 대비 -19.5%에 이르렀기 때문이다.같은 날(1일) 나오는 소비자물가동향은 결과에 따라 디플레이션 논란을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 비교 대상인 지난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에 달했던 탓에 10월에도 마이너스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렇게 되면 8월(-0.04%) 9월(-0.4%)에 이어 3개월 연속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하게 된다.

나라 밖으로는 중국을 지켜봐야 한다. 중국 공산당은 28일부터 나흘간 제19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연다. 미·중 무역분쟁과 홍콩사태 등에 대한 해법을 내놓을지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같은 날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결과도 나온다. “집단안보에 무임승차는 없다”는 미국의 대규모 증액 요구를 어느 선에서 막아내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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