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상 간 친분 내세워 연말 넘기려는 건 망상"…조급한 北, 김영철까지 전면에

'스톡홀름 노딜' 이후
협상 진전 없자 美에 불만 표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사진)이 27일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친분관계를 내세워 올 연말을 넘겨보려고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김영철은 이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서 “조·미(북·미) 수뇌들 사이의 친분관계는 결코 민심을 외면할 수 없으며 조·미 관계 악화를 방지하거나 보상하기 위한 담보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영원한 적도, 영원한 벗도 없다’는 외교적 명구가 ‘영원한 적은 있어도 영원한 친구는 없다’는 격언으로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미국의 대북제재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김영철은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 유엔 제재 결의 이행을 집요하게 강박하고 있으며 추종 국가들을 내세워 유엔총회에서 반(反)공화국 결의안들을 통과시키기 위해 각방으로 책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철의 등장은 미·북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후 진전되지 않고 있는 양측 협상에 대한 북측의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아태평화위는 통일전선부 산하 조직으로 남북관계 외에 미국 등 미수교 국가와의 관계 개선 업무를 담당한다. 김영철은 지난 2월 말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대미 외교라인에서 밀려났지만 아태평화위 위원장 직함은 유지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김영철을 다시 내세워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라며 미국을 압박하는 것은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내년은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이자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끝나는 시기”라며 “김정은으로선 경제 부문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 미국과의 회담을 서두르고 싶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