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사리는 중진, 할 말 하는 초선…與일각 "친문만 생존땐 총선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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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기획단 출범 앞두고 술렁이는 민주당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6개월 앞두고 당과 민심, 청와대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할 여당 중진 의원들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조국 사태’ 전후로 불출마와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는 초선 의원들과 극명히 대비된다는 시각도 있다. 2016년 총선에서 ‘진박(眞朴) 감별’에 나섰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 같이 공천을 받기 위해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총선 체제 돌입하자 몸 사려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주 내년 총선을 위한 ‘총선기획단’을 발족한다. 다음달 4일부터는 현역 의원 최종 의정 평가가 시작된다. 당 일각에서 검토하고 있는 평가 ‘하위 20% 명단 공개’ 방침이 확정되면 사실상 ‘컷오프’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의정 평가는 의정활동과 당 기여활동 등을 정량·정성평가 등으로 점수를 매긴다.
‘물갈이’ 폭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는 중진 의원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다선이라고 해서 ‘불리하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다”면서도 “정성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긴장감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과정에서 당 중진과 초선 의원들의 행보가 엇갈린 이유가 내년 총선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조 장관 사퇴 전후로 초선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이철희·표창원 의원)를 선언하거나 쓴소리(금태섭·김해영·박용진·조응천 의원)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반면 중진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거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초선 의원 사이에선 중진들의 ‘몸 사리기’에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태섭 의원은 “중진 의원들 역시 당과 정치가 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며 “다만 과거 민주당이 내부 분열로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 목소리를 내야 할 때 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당 지도부에도 책임 있다”
여의도 정치에 밝은 중진들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당부도 적지 않다. 김병관 의원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면과 ‘조국 사태’ 등에서 정치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많다”며 “정치 복원에 경험 있는 중진 의원들이 나서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근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물갈이 등 여러 얘기가 나오니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앞으로는 좀 더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중진들의 침묵이 ‘열린우리당 트라우마’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이라크 추가 파병 등에서 당·청이 엇박자를 내면서 진보층이 등을 돌리고 결국 정권을 빼앗겼다고 보는 시각이다. 한 중진 의원은 “조 장관 사퇴 과정에서 중진 의원들은 당 내부 분열을 우려해 비공개적으로 의견을 냈다”며 “침묵한 것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검찰 개혁이란 명분에 반대하는 모양새를 보이긴 쉽지 않다”며 “조 장관이 사퇴했으니 앞으론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모든 책임을 중진 의원에게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한 3선 중진 의원은 “바닥 민심을 가장 잘 아는 중진 의원들도 물밑에선 목소리를 냈다”며 “다만 청와대에 잘 전달됐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이어 “지난 25일 의원총회에서도 의원 개인의 의견을 묻지 않는 등 당이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당이 무기력하고 존재감이 없어진 데엔 분명히 당 지도부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합리적 성향의 초선 의원들이 불출마하고, 친문(親文) 색채가 강한 인사만 살아남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친박 중심의 공천으로 새누리당이 국민의 외면을 받았던 게 불과 4년 전”이라며 “당이 분열하지 않는 것과 당 지도부에 줄을 서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