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아의 북한 뉴스 대놓고 읽기] (10) '광고모델'로 나서는 김정은…'자력갱생' 이름으로 관광 육성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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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금강산·묘향산 등
북한 대표 관광지 잇따라 시찰
한국 맹비난하며 독자 관광사업 개발 원해
매우 낮은 안전·신용도, 폐쇄체제에 성공 여부 의문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께서는 우리의 설계력량도 튼튼하고 평양시에 일떠세운 현대적인 건축물들과 삼지연군건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건설, 양덕군 온천관광지구건설을 통해 준비된 강력한 건설력량이 있으며 당의 구상과 결심이라면 그 어떤 난관과 시련도 뚫고 무조건 실현하는 우리 군대와 로동계급이 있기에 금강산에 세계적인 문화관광지를 꾸리는 사업은 문제로도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였다.”(노동신문, 2019년 10월 23일 보도)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방문해 내놓은 자체 관광사업 청사진이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는 발언도 독자적 관광 개발을 잘해낼 수 있다는 호언장담을 하면서 나왔다.

김정은이 이렇게 북한 관광지 홍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유엔 대북제재에 개인 관광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돈줄이 관광산업이다. ‘자력갱생’을 과시하기 위해선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어야 한다. 내년은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인데다,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다. 미국과의 협상도 잘 풀리지 않는 마당에 김정은은 그 비대한 몸을 스스로 부둥켜 안고 바삐 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예선 사상 첫 방북 원정경기를 치른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엔 단 한 명의 관중도 들어오지 않았다. 생중계도 허락되지 않았다. 사전 공지대로였다면 4만여 명의 관중이 몰려들었어야 할 현장이다. 하지만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은 그렇게 치러졌다. 국민은 ‘문자 중계’에 의존해야 했다. 21세기에 벌어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대표팀 주장인 손흥민 선수는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게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국민들에게 그 말은 “살아 돌아온 게 다행이었다”란 말로 들렸을 것이다.
북한은 극도로 폐쇄적인 체제다. 이런 체제에서 신용도 판단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철저히 감시당하고, 다녀야할 곳만 다녀야 한다.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 갔다가 주검으로 돌아온 사건은 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그와 같은 체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은 계속 ‘북한 관광’을 선전한다. 과연 김정은은 관광산업을 일으킬 수 있을까.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