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과거 합의문 공개에 LG화학 "억지 주장 그만"

과거 합의와 美 특허소송 대상 두고 SK "똑같아" vs LG "별개"
합의문 아전인수 해석…꼬리 물고 이어지는 소송·공방전
전기차 배터리 관련 여러 소송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28일에는 SK이노베이션의 부제소 합의문 공개를 두고 맞붙었다.SK이노베이션이 이날 'LG화학이 과거 합의를 파기하고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는 자사 주장을 입증하겠다며 과거 합의문을 공개하자, LG화학은 "억지 주장으로 여론을 호도한다"고 즉각 반격했다.

두 회사의 입장차는 2014년 10월 양사가 분리막 특허 분쟁을 마무리하며 체결한 '부제소 합의'의 조항을 다르게 해석하며 발생하고 있다.

부제소 합의란 분쟁 당사자들이 서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것을 뜻한다.SK이노베이션이 이날 공개한 2014년 10월29일자 합의문을 보면 양사는 "장기적 성장·발전을 위해 2011년 이후 계속된 세라믹 코팅 분리막에 관한 등록 제775310호 특허와 관련된 모든 소송·분쟁을 종결한다"고 합의했다.

두 회사는 "이 특허와 관련해 향후 직접 또는 계열회사를 통해 국내·국외에서 상호 간 특허침해금지나 손해배상의 청구 또는 특허무효를 주장하는 쟁송을 하지 않기로"하고 합의서 유효 기간은 10년으로 정했다.

LG화학은 지난달 말 ITC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2차전지 핵심 소재인 분리막 SRS® 미국특허 3건(US 7·662·517), 양극재 미국특허 2건 등 총 5건을 심각하게 침해해 부당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과거 분쟁 대상이던 국내 특허와 동일한 미국 특허와 그 후속 특허들을 갖고 ITC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소송이) 유효하지 않다"며 LG화학이 문제 삼은 미국 특허 517은 한국 등록 특허 310(합의서 내 대상 특허 제775310호·KR 310)과 똑같다고 주장한다.

이와 달리 LG화학은 '과거 한국에서의 소송 대상과 9월에 ITC에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 대상은 별개의 특허'라는 입장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합의문 공개 후 곧바로 반박 자료를 내고 "공개된 합의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합의한 대상 특허는 한국 특허 제775310호"라며 "합의서 그 어디에도 '한국 대상 특허에 대응하는 해외 특허까지 포함한다'는 문구는 없다"고 밝혔다.LG화학은 각 국에서 특허를 독립적으로 취득·유지하는 특허독립(속지주의)을 들어 "한국특허 775310과 미국 특허 7762517(US 517)은 국가가 다르고 권리 범위도 차이가 있는 별개"라고 주장했다.

LG화학은 또한, 2014년 합의 당시 SK이노베이션은 합의 대상을 KR 310 뿐 아니라 해외 특허를 포함한 '세라믹 코팅 분리막 기술과 관련된 모든 특허'라고 광범위하게 정하려 했으나 자사가 특정 한국 특허 제775310만으로 한정했다고 전했다.

LG화학은 "우리 입장에서는 한국 특허보다 권리 범위가 넓은 해외 특허까지 포함시킬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당시 이런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내부 문건도 있다"고 했다.

합의문에 있는 '국외에서'라는 문구 역시 한국 특허 제775310과 관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특허침해 소송은 과거 합의 파기라는 주장으로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에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과거 '추가 쟁송은 안 한다'고 합의한 특허로 LG화학이 미 ITC에 소송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그간 LG와 LG경영진의 대(對)국민 신뢰를 고려해 밝히지 않았던 합의서를 통해 객관적인 사실을 전한다"고 밝혔다.반면 LG화학은 "경쟁사가 법적 절차에 성실히 임하기 보다는 소모적이고 무의미한 행위를 반복하고 있어 대단히 유감"이라며 "특허 제도의 취지·법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합의서마저 유리한 방향으로 억지 주장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