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도 미술처럼 창의·열정 필요…그림 그리듯 기업하면 실패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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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갤러리서 전·현직 CEO 등 11명 참가 '명사미술제'기업을 경영하며 틈틈이 그림을 그려온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의 이색 전시회가 마련됐다. 한국경제신문 창간 55주년을 기념해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다음달 7일까지 펼쳐지는 ‘명사미술제’다.
정상은 중앙그룹 회장을 비롯해 박해룡 고려제약 회장, 박재영 한국건설안전기술사회 회장, 유진 사카펜코리아 회장, 신수희 기흥복지학원 용인어린이집 이사장, 이연숙 울산태연학원 이사장, 채영주 전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장, 강웅식 전 아메리칸 스탠다드 코리아 회장, 한경식 전 승주CC 사장, 김덕현 전 국민은행 부행장, 서양화가 윤혜연 씨 등 열한 명이 참여했다.‘열정과 도전(passion & challenge)’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에서 예술 창작에 뛰어든 경영인, 문화예술인의 미적 감성을 엿볼 수 있다. 전문가 못지않은 그림 실력으로 당당히 2막 미술 인생을 연 이들의 작품은 하나같이 강렬한 원색 너머로 순진무구한 감성과 힘찬 에너지를 힘껏 뿜어낸다.
박해룡 회장은 대지를 박차고 달리는 말 그림을 들고나왔다. 제주 서귀포를 찾아 달리는 말을 스케치한 후 햇빛을 깔고, 색(色)을 섞고, 형(形)을 새겨 질주 본능과 역동성을 살렸다. 박 회장은 “말의 질주 본능을 유목민과 같은 자유로운 시선으로 풀어냈다”며 “사업이건 그림이건 말처럼 달려야 풋풋한 젊음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91년 컴퓨터 사업을 시작한 정상은 회장은 서울 이화여대 옆 본사 사무실에 차려놓은 아틀리에에서 20여 년간 갈고 닦은 그림 솜씨를 보여준다. 그는 충남 태안 앞바다의 호수 같은 경관과 활짝 핀 꽃들을 화폭에 옮긴 근작을 걸었다. 정 회장은 “세상이 팍팍하게 돌아가다 보니 무엇보다 따뜻한 감성과 작은 행복을 사람들이 원할 것 같아 풍경화와 정물화를 출품했다”며 “경영과 미술은 ‘도전과 열정’이라는 코드로 통하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기업을 운영하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한국건설안전기술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재영 전 한진중공업 사장은 건축과 미술의 융합을 시도한 그림을 들고나왔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모습을 현란한 색면으로 화면에 옮겼다. 2002년 아메리칸 스탠다드 코리아를 퇴임한 뒤 화가로서 제2의 인생을 사는 강웅식 전 회장은 제주 성산포 앞바다의 잔잔한 모습과 미국 국립공원 그랜드 캐니언을 보고 느낀 감동을 화면에 옮긴 풍경화를 출품했다. 강 전 회장은 “개인적 행복과 힐링을 목적으로 미술을 시작했지만 결국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 속에서 작품이 탄생하기 때문에 기업 경영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스코에서 30년간 근무한 한경식 전 사장은 주물선고로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유진 회장은 노란 꽃이 어우러진 야생의 이미지를 차지게 그려낸 신작을 출품했다. 신수희 이사장은 아프리카와 중동 여인들의 일상을 드라마틱하게 포착한 작품, 서양화가 윤혜영 씨는 여성의 기다란 목선을 살린 인물화를 걸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