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총리'된 이낙연 "거취 내 맘대로 못해"…與 "총선 이끌어야"

881일째 재임
19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최장' 기록

"더 낮게·더 가깝게·더 멀리"
힘 받는 '총선 역할론'
이낙연 국무총리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로 ‘재임 881일’(2년 4개월 27일)을 맞은 이 총리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웠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이낙연 국무총리가 28일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웠다. 여권에선 “문재인 정부 임기 반환점까지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끈 이 총리가 내년 총선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이 총리는 이날 “내 마음대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여권에선 내년도 예산안 처리 직후인 12월 중순, 늦어도 내년 초엔 당에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전히 두터운 대통령 신임2017년 5월 31일 임기를 시작한 이 총리는 이날 재임 881일(2년 4개월 27일)을 맞았다. 김황식 전 총리의 재임 기록(2010년 10월 1일∼2013년 2월 26일, 880일)을 뛰어넘었다. 이 총리는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별한 소감이랄 게 없다”며 “지표상 (경제가) 나아지고 있지만 어려운 분들은 여전히 어렵다”고 몸을 낮췄다. 이 총리는 하반기 국정 운영 방향으로 ‘더 낮게, 더 가깝게, 더 멀리’란 세 가지 목표를 내세웠다. “어려운 사람에게 더 가까이 가야 한다는 것에 착목(착안)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동시에 더 멀리 보고 준비하는 것도 놓쳐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이 총리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은 여전히 두텁다. 특유의 꼼꼼한 스타일로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했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성공한 내각 인사란 평가도 나온다. 대중적 인지도도 ‘대선주자급’으로 올라섰다.

이 총리는 매주 월요일 주례회동 외에 문 대통령과 종종 단둘이 만나 현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는 이날 “자주는 아니고 필요할 땐 단둘이 만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문 대통령이 문희상 국회의장 등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당 원로급 인사를 단둘이 만나는 스타일은 아니란 점에서 이례적”이라며 “‘86그룹’과 함께 이 총리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당 비주류에서 대권 주자로

이 총리는 임명 전 당내에선 비주류로 통했다. 특정 계파를 만들지 않았고, 친문(親文·친문재인) 성향이 강한 의원도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엔 여권 핵심부에서도 이 총리를 유력한 대권 주자로 분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호남 출신으로 확장성에 문제가 있지만 특유의 안정감과 신뢰감으로 중도층까지 공략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향후 거취는 여권 내 초미의 관심사다. ‘조국(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엔 총선 역할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이철희·표창원 의원 등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이해찬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면서 당으로 돌아올 명분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이날 총선 역할론에 대해 “거취는 나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조화롭게 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필요한 역할을 맡겠단 의미로 해석된다.비문(非文·비문재인) 의원들의 ‘등판 요청’은 더 노골적이다. 6선인 이석현 의원은 지난 7월에 이어 최근 사석에서도 “이 총리가 차기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하고 이 대표와 함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중진 의원은 “이 총리가 총선에서 역할을 맡을 경우 비주류 의원들의 활동폭이 넓어질 것”이라며 “12월 중엔 당에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 등판론’에 이 대표 측근들은 다소 불편해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이 총리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면 권한이 분산돼 양쪽으로 줄을 서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며 “양쪽을 다 챙겨주느라 물갈이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