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집권한 아르헨티나 좌파…달러 매입 한도 50분의 1로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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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데스 대선 승리 확정아르헨티나 현대사에서 수차례 경제위기를 불러온 좌파 포퓰리즘(대중 인기 영합주의) 정책인 ‘페론주의’가 부활했다. 27일(현지시간)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에서 페론주의자를 자처하는 중도좌파 성향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는 우파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현 대통령을 7%포인트 이상 차로 꺾으며 당선됐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4년 만에 다시 좌파가 집권하게 됐다.
포퓰리즘 '페론주의' 부활
아르헨티나 선거관리국에 따르면 중도좌파연합 ‘모두의전선’의 페르난데스 후보는 대선 개표가 97% 진행된 상황에서 48.1%를 득표했다. 중도우파연합 ‘변화를위해함께’ 후보로 연임에 도전한 마크리 대통령은 40.4%를 얻었다. 아르헨티나 대선에서는 1위 득표율이 45% 이상이면 결선투표 없이 곧바로 당선이 확정된다. 현지 언론들은 개표율 90%가 넘어선 뒤 페르난데스 후보를 ‘당선인’으로 표기했다.이날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연말까지 은행 계좌를 통한 개인의 달러 매입을 한 달에 200달러로 제한하고, 달러화 인출도 100달러로 묶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9월 초 발표한 달러 매입 한도 1만달러보다 50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중앙은행은 “외화보유액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페르난데스 당선으로 페론주의가 다시 아르헨티나 정치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페론주의는 1940~1950년대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아르헨티나식 포퓰리즘을 뜻한다. 노동자 임금 인상, 주요 산업 국유화, 사회 복지 확대, 외국 자본 배제 등을 주장한다.
페르난데스 당선인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에 나선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7~2015년)은 4년 만에 다시 대통령궁에 들어서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의 부인이기도 한 크리스티나는 이로써 ‘대통령 부인→대통령→부통령’이라는 독특한 경력을 갖게 됐다.아르헨티나는 최근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일 정도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빈곤율은 35%에 이르고, 중앙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80%를 넘었다. 친시장 정책으로 아르헨티나 경제를 개혁하겠다고 선언했던 마크리 대통령도 경제를 살리는 데 실패했다. 그가 집권한 지난 4년간 아르헨티나 물가는 연평균 30%가량 상승하고, 두 자릿수 실업률도 해소되지 않았다.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노동자 임금 인상, 연금 등 복지 확대, 공교육 강화 등을 내세우고 있어 정부 재정 지출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 재협상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IMF는 지난해 경제위기에 몰린 아르헨티나에 56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이 가운데 440억달러를 이미 지급했다. 나머지 자금 지원에 대한 협상은 오는 12월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IMF는 최근 아르헨티나 채권 투자자들에게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주변국과의 관계도 틀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4개국으로 구성된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도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앞서 아르헨티나에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 메르코수르를 탈퇴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메르코수르와 유럽연합(EU)이 지난 6월 타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의 미래도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메르코수르-EU 간 FTA 체결 합의가 지나치게 서둘러 발표됐다”며 “아르헨티나 산업에 미칠 영향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합의가 수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