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마지막 지킨 文 대통령…조문 거절, 조용한 가족장

측근 이호철도 빈소 찾았지만 조문 못 해, 이재명 근조기도 거절
31일 오전 10시 30분 장례미사, 장지는 경남 양산 하늘공원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부산의 한 병원에서 어머니 강한옥(92) 여사의 임종을 지켰다.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어머니 빈소를 천주교 성당 장례식장에 꾸린 문 대통령은 조문과 조화를 거절하며 조용한 가족장을 치르고 있다.

내내 굳은 표정이었던 문 대통령은 빈소에서도 침통한 모습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 별세…장사·연탄배달로 뒷바라지 / 연합뉴스 (Yonhapnews)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께 병원에 도착해 병원장 브리핑을 들은 뒤 병원 6층 중환자실에 입원한 강 여사를 마주했다.부인인 김정숙 여사는 5시간여 전인 오전 11시 45분께 이미 중환자실에 도착해 강 여사를 문안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2시간가량 병원에 머물며 강 여사의 임종을 지킨 뒤 오후 7시 26분께 빈소로 향했다.

검은색 양복과 흰색 와이셔츠 차림에 넥타이를 하지 않은 문 대통령은 시신 운구를 위한 승합차로 향할 때까지 내내 굳은 표정을 지으며 앞만 바라봤다.검은 옷에 차분한 초록·파란 무늬 스카프를 두른 김 여사 역시 말없이 문 대통령 옆에서 함께 걸었다.

문 대통령 내외가 탄 승용차가 출발하자 주변에 있던 한 여성 지지자는 "대통령님, 힘내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강 여사의 시신은 이날 오후 7시 40분께 수영구 남천성당으로 운구됐다.흰색 운구 차량이 남천성당 장례식장으로 먼저 들어가고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탄 검은색 차량이 뒤따라 들어갔다.

차에서 내린 문 대통령 내외는 운구 차량이 지하 1층 장례식장으로 연결된 통로를 따라 들어가는 동안 운구차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장례식장 주변에는 청와대 경호팀이 배치돼 상황을 엄격히 통제했다.

경호팀은 남천성당으로 들어가는 인사들에게 일일이 방문 목적을 묻고 장례와 관련이 없을 경우 돌려보냈다.

대통령 친척으로 추정되는 일부만 성당 출입이 허용됐고, 성당에 저녁 미사를 온 신도들은 얼굴이 확인되는 사람들만 별도 통로를 통해 출입이 이뤄졌다.
문 대통령이 조용한 장례를 치르겠다는 뜻을 밝힌 데로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거절됐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근조기는 성당 입구에서 경호팀에 의해 돌려 보내졌고, 문 대통령 측근으로 여겨지는 이호철 전 수석도 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는 있었지만, 빈소에서 조문하지는 못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이호철 전 수석은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함께 '3철'로 불리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약 1시간 30분가량 성당 안에서 머물렀던 이 전 수석은 "빈소를 조문하지 못했다"면서 "빈소에 가족들만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상황을)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대통령을 만났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까 잠시…"라고 말을 하면서도 "침울하게 계시는데 저희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었다"며 상황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이날 오후 수원에서 열린 '2019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했다가 행사가 끝난 뒤 곧바로 병원으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의 부산행은 지난 26일 헬기를 타고 이동해 강 여사의 건강 상태를 살핀 후 사흘 만이다.

청와대에서는 이정도 총무비서관, 신지연 제1부속비서관, 최상영 제2부속비서관 등이 문 대통령을 수행했다.

주영훈 경호처장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천주교 부산교구에 따르면 강 여사 장례미사는 31일 오전 10시 30분 남천성당에서 열린다.장지는 경남 양산의 부산교구 하늘공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