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보다 많이 팔리는 SUV…승용차 시장 '대표 선수'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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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처음 판매량 역전국내 승용차 시장의 ‘대표선수’가 교체됐다.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세단보다 많이 팔리면서다. 10년 전만 해도 ‘승용차=세단’이라는 공식이 통용됐다. 하지만 이제 반대 상황이 됐다. SUV 전성시대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SUV와 세단의 판매량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SUV, 세단보다 1185대 더 팔려
소음·진동 해결…넓은 시야 매력
세단보다 많이 팔린 SUV지난달 국내에서 팔린 세단(완성차 기준)은 4만6812대다. SUV 판매량은 4만7997대. SUV가 1185대 더 많이 팔렸다. 월 판매량 기준 사상 처음이다. 지난 8월엔 세단 판매량(5만856대)이 SUV(4만6683대)보다 4173대 많았다.작년까지만 해도 세단이 SUV보다 월 1만대 이상 많이 팔렸다. 5년 전(2014년)으로 돌아가면 세단이 SUV의 두 배 이상 판매됐다. 10년 전인 2009년엔 판매량 차이가 다섯 배 수준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SUV는 야외 활동을 자주 즐기거나 넓은 적재 공간이 필요한 일부 사람이 타는 차라는 인식이 강했다. 높은 차체 때문에 승차감이 세단보다 나쁘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았다. 자연히 차량 라인업도 세단이 SUV보다 훨씬 다양했다.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이상 현대자동차), K5(기아자동차), SM5(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민차’로 불린 인기 모델은 모두 세단이었다.
SUV 판매량이 늘기 시작한 건 2014년이다. 소형 SUV라는 새로운 차종이 도입된 게 그 계기였다. 르노삼성의 QM3와 쌍용자동차의 티볼리 등이 인기를 끌었다. 경차나 소형·준중형 세단을 ‘생애 첫 차’로 선택하던 2030세대가 소형 SUV로 눈을 돌렸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들은 소형 SUV가 차체가 작아 운전하는 데 부담이 적고 적재 공간이 넓어 실용성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며 “게다가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형 세단보다 소형 SUV가 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 SUV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했다. 2014년엔 소형 SUV가 국내 시장에 두 종류밖에 없었지만, 이제 8종으로 늘었다. 판매량은 10배 수준이 됐다.
SUV 전성시대 계속된다
SUV는 지난해 한 단계 더 성장했다. 현대차의 싼타페가 SUV 중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10만 대를 돌파했다. 연간 판매량 2위(10만7202대)를 기록했지만, 완전변경모델이 본격적으로 팔린 3월 이후를 놓고 보면 싼타페가 사실상 1위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소형 SUV 끝판왕’으로 불리는 기아차의 셀토스도 가세했다. 르노삼성 QM6의 액화석유가스(LPG) 모델 등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SUV의 단점으로 꼽히던 소음 및 진동 문제가 해결됐고, 장점이던 높은 시야와 넓은 공간 등은 여전히 부각된 결과로 분석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자동차 기술 발전 덕분에 SUV의 승차감 및 주행 성능이 세단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어졌다”며 “과거에는 캠핑 등을 좋아하는 일부 소비자만 SUV를 선택했다면 이제 주로 도심 운행을 하는 소비자도 SUV를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UV 전성시대’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팰리세이드와 기아차의 모하비, 셀토스 등은 생산량이 주문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제네시스(현대차의 고급브랜드)가 선보이는 첫 SUV GV80도 연내 공개된다. 한국GM이 수입해 판매하는 트래버스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2~3년 뒤에는 SUV가 세단보다 두 배 이상 팔리는 ‘역전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