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해외여행 갈 때만 보는 거 아닙니다" [머니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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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훈 KEB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연구위원"내년 원·달러 환율은 1250원까지 오를 수 있다. 미중 무역갈등과 국내 경제 환경을 고려했을 때 원화 가치 하락이 예상된다."
"내년 원·달러 환율 1250원까지 상승할 수도"
딜링룸은 외환을 사고파는 딜러들이 일하는 공간이다. 업계에서는 이곳을 '외환시장의 본진'이라고 부른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연구위원(사진)은 2012년 한국외환은행이 하나금융그룹으로 편입됐을 때부터 하나은행 딜링룸을 지킨 원년 멤버다. 경영학(금융전공) 박사인 서 연구위원은 외환은행 경제연구팀을 거쳐 현재 KEB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에서 외환 거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경닷컴>은 원·달러 환율의 흐름을 알기 위해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2층 딜링룸으로 향했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돈 1달러를 구입할 때 필요한 우리나라 돈(원화)의 양이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이란 말은 우리나라 돈 1200원이 있어야 미국 돈 1달러를 살 수 있다. 이렇게 환율은 돈(달러)의 가격인데 원·달러 환율이 1200원에서 1250원으로 올랐다는 건 달러의 가치가 올랐거나 원화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걸 말한다. 서 연구위원은 하지만 환율을 '상품의 가치'라고 설명했다. 돈을 상품으로 봤을 때 환율은 돈의 가치라는 이야기다. 그는 "환율은 너무 높아도 너무 낮아도 안 된다"라며 "적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외환 시장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 높으면 수입, 너무 낮으면 수출 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환율은 해외여행이나 유학 갈 때만 보는 숫자가 아니다"라고 서 연구위원은 특히 강조했다. 환율은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 구조가 좋아지면 환율은 떨어진다. 원화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서다. 반대로 경제가 침체되면 환율은 올라간다. 지난 7월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돌파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에 따라 원화의 가치가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것이다.우리 경제에 가장 이로운 적정 수준의 환율 수치(수준)가 존재할까. 서 연구위원은 "적정한 환율이란 건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굳이 찾는다면 현재 환율이 시장이 평가하는 적정한 원화의 가치"라 언급했다. 시장의 평가를 믿고 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이 또한 현재 시점에서만 유효한 것"이라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달러에 몰리는 이른바 '달러 환테크'가 인기를 끄는 상황도 우려했다. 그는 "환율이나 글로벌 경제 흐름에 대한 이해 없이 달러에 투자했다가는 이득보다 손실만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 연구위원은 "구체적으로 내가 원하는 매수 또는 매도 환율 설정이 필요하다"라며 "가격 설정을 위해서는 경기 흐름에 대한 상당한 지식이 필요하다"라고 귀띔했다. 또 "일괄 매수, 매도 전략이 아닌 목표 가격을 세분화하는 분할 매수 전략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내년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는 1200원을 넘어 125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 연구위원은 "많은 이들이 올해 환율이 높았고 경제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년 환율이 내려갈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면서 "미중 무역갈등과 국내 경제 상황을 종합할 때 125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