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쇼핑 "LGU+ 채널 사용료 과도한 인상"…방통위에 중재 요청

수차례 협상에도
사용료 합의 안되자 공론화 추진

현대 "작년에도 30% 올렸는데…"
IPTV 자체 커머스 채널도 비판
현대홈쇼핑이 인터넷TV(IPTV) 사업자 LG유플러스와의 채널 사용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방송통신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다. 홈쇼핑업체가 채널 사용료를 놓고 IPTV 사업자와 마찰을 빚은 적은 있지만 감독기관인 방통위에 중재해달라고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9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은 “LG유플러스와 송출수수료를 원활하게 책정하기 위해 합리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난 25일 방통위에 분쟁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번 갈등은 LG유플러스가 현대홈쇼핑에 현재 쓰고 있는 10번 채널을 유지하려면 올해만 380억원을 내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수수료를 30% 올리고 올해도 22% 올리는 것은 “과도한 인상”이라고 반발했다. 양측은 수차례 협상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IPTV 사업자는 케이블TV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인상 근거를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10번 채널을 다른 사업자에 넘겨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급등한 수수료 문제 공론화

현대홈쇼핑이 방통위에 분쟁조정 신청을 한 것은 송출수수료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수수료를 놓고 주로 TV홈쇼핑과 케이블TV 사업자(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분쟁을 벌였다. ‘줄다리기’는 팽팽했지만, 대체로 합리적 수준을 찾아갔다. 전년 대비 일정 금액을 올려주는 수준에서 합의안이 나왔다.

하지만 IPTV가 성장하면서 마찰은 커졌다. 지역마다 흩어져 있는 케이블TV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큰 KT SK LG 등으로 협상 파트너가 바뀌자 주도권이 통신사 쪽으로 넘어갔다. IPTV 사업자들은 가입자 수 증가를 근거로 수수료를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통신사 요구대로 됐다. IPTV 송출수수료는 매년 가파르게 올랐다. 2014년 1754억원에서 4년 만인 지난해 7127억원으로 네 배 넘게 뛰었다. 이 기간 케이블TV 수수료는 큰 변동이 없었다. 같은 기간 7629억원에서 7571억원으로 소폭 낮아졌다. 케이블·IPTV를 합쳐 전체 TV홈쇼핑이 송출수수료로 지급한 금액은 작년 기준 1조4698억원에 달했다. 2014년 대비 56% 증가한 수준이다.홈쇼핑 시장은 정체

홈쇼핑업체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또 있다. TV홈쇼핑은 최근 3~4년간 정체 상태다. TV를 보는 사람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GS홈쇼핑의 작년 매출은 1조1043억원으로 2016년 1조977억원과 비슷하다. 영업이익도 1200억~13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현대홈쇼핑도 1조원 안팎의 매출과 1000억원대 초반의 영업이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도 매출이 유지되는 것은 TV 때문이 아니다. TV를 통한 매출은 매년 꾸준히 감소했지만, 이를 온라인 부문이 채워줬다. GS홈쇼핑은 현재 온라인 부문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었다.

이런 이유로 롯데홈쇼핑은 작년 6월 KT 올레tv에서 쓰던 채널 6번을 뺐다. KT가 기존 대비 40~50%가량 많은 채널 사용료(송출수수료)를 내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롯데홈쇼핑은 6번에 비해 가격이 3분의 1 수준인 30번으로 갈아탔다. 하지만 이 ‘싸움’은 1년밖에 가지 않았다. 올 6월 다시 앞번호대인 4번에 복귀했다. 이 번호를 확보하는 데 300억원 이상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감소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공정하지 못한 게임”

홈쇼핑업체들이 지적하는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IPTV업체들은 계열사로 t커머스 채널을 보유 중이다. SK브로드밴드의 ‘SK스토아’, KT의 ‘K쇼핑’ 등이다. 이들은 생방송을 못 하고 방송화면 크기가 작지만 홈쇼핑과 다를 바 없다. 이들은 채널도 점점 내려와 홈쇼핑과 거의 붙어 있는 2번, 12번을 쓰고 있는 곳도 있다. 홈쇼핑업체들은 이를 ‘불공정 거래’라고 주장한다. “심판이 선수로 나선 것”이라고 한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SK스토아와 K쇼핑이 마라톤의 페이스 메이커처럼 나서서 송출수수료를 높이는 바람잡이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