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싱가포르가 '반면교사'로 삼는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 정책

싱가포르 중앙은행에서 핀테크(금융기술)를 총괄하는 국장단이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찾았다. 자국 금융산업 전략을 짜는 데 참고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한국 인터넷은행의 강점뿐만 아니라 한계 상황까지 종합적으로 점검했다고 한다. 한국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대표적 금융허브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은 시작 단계로, 조만간 다섯 곳을 인가할 계획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은행산업의 혁신경쟁을 불러일으키는 ‘메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 2년도 안 돼 1000만 고객을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카카오뱅크는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반면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성장에 발목이 잡힌 케이뱅크의 상황은 한국 인터넷은행 정책의 한계를 보여줬을 것이다.KT는 케이뱅크 대주주가 되기 위해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지만, 정부 입찰 담합 혐의로 심사 절차가 중단돼 자본금 확충에 제동이 걸렸다. 케이뱅크는 수개월째 대출 중단 등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되려면 5년간 금융관련법과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처벌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산업자본의 특성과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규제 탓에 인터넷은행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스러질 판이다. 공정거래법 등 특정 법률 위반을 대주주 결격사유로 삼는 사례는 미국 영국 일본 등 금융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이 ‘흥행 실패’로 끝난 것도, 네이버 등이 대만과 일본으로 눈을 돌린 것도 까다로운 규제 때문이다. 이런 규제를 놔둔 채 인터넷은행 숫자가 늘어난다고 시장이 활성화되겠는가. 싱가포르와 홍콩은 디지털 금융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인터넷은행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다. 혁신적인 금융서비스 경쟁이 이뤄지지 않으면 싱가포르에 따라잡히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